미국이 그동안 중국을 겨냥해 인도-태평양 전략 등을 구사하더니, 지난 2월 24일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도 적으로 간주하며 동맹국과 전략적 파트너십국가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에게 러시아·중국 모두를 적으로 간주하고 공동전선을 과시(rally coalition)하자고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26일 미국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지시해 검토했던 미국의 중국정책 기조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현재 미국에 가장 위협이 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며, 미국은 동맹국과 전략적 파트너십국가,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 함께 연합해 중국의 전방위적이며 광범위한 도전에 대응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현재 유럽 전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도 여전히 중국이 가장 위협한 도전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에 지난 6월 3일 『뉴욕타임스 국제판』은 미국 재커리 카라벨(Zachary Karabell) 박사의 “미국은 중국보다 러시아를 더 위협한 국가로 다뤄야 하나?(How Russia, not China, is the big issue?)”라는 논단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첫째, 그동안 미국은 항상 중국에 대해 ‘만일(if)’라는 가정해 중국을 주적으로 간주했으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만일(if) 현재 군사적 대립(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침공하는 행위를 자행한다면, 중국은 인도-태평양 전구 내 현상유지를 타파하는 세력으로서 자유와 개방 원칙을 준수하는 인도-태평양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를 결성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처럼 중국을 미국의 주적이자 도전으로 정의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21세기를 맞이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개편하려는 국가는 러시아다. 대표적 사례로 2000년 체첸 공격, 2008년 조지아 침공,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2015년부터 2016년 간 시리아 내전 반군에 대한 러시아의 무자비한 군사작전과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대만해협 등에 대한 각종 위협적 발언을 통해 미국에 도전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였으나, 러시아는 중국과 달리 위협적인 발언 없이 러시아가 지향하는 권위주의 중심적 국제질서 개편을 위해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과감함을 보였다. 둘째,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이 러시아보다 광범위하게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틀린 판단이다. 중국은 세계화에 부응해 세계 주요 경제활동의 주역으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경제 이외 사회·문화적 교류에도 적극적인 반면, 러시아는 오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위주의 리더십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에만 치중하는 편협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대표적으로 나타난 사건이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물론 중국이 집권당인 공산당의 합리화와 정당성을 위해 민주적 정당정치 체계, 인권 보호, 국제법과 규범에 따른 국제질서 등에서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이 미국을 위협하는 도전이라고 보기에는 중국 내부의 취약점이 너무 많으며,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이를 간과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경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증명됐듯이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권위주의 정권 유지를 위해 러시아 국민의 자유, 민주, 번영, 인권을 모두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중국 지도부와 다른 점이다. 셋째, 많은 안보 전문가들이 현재 미·중 간의 전략경쟁을 신냉전이라고 정의하나,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공산당 집권과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지향하는 중국의 모습을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을 지향하는 미국의 이념에 도전하는 것으로 평가해 이를 신냉전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 즉, 21세기 다변화된 안보 환경을 무시하고 중국 공산당 집권을 위협으로, 이념적 도전으로 간주하는 것은 너무 구태의연한 모습이다. 기술혁신과 인터넷 등 소셜미디어가 범람하는 21세기에 자유, 민주, 인권, 번영을 내세우는 미국도 이념 전쟁을 선호하는 것이 아닌가? 넷째, 세계화 시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점차 폐쇄적 모습을 보였으나, 중국은 국제무역, 경제적 상호보완성, 인적 교류 등에 있어 러시아와 비교할 수 없는 개방성을 보였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이 중국을 러시아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안보위협이자 도전이라고 평가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 점에서 러시아는 그동안 밀월관계를 갖고 있었던 미·중 간 상호보완적 관계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본 국가로 볼 수 있다. 즉, 미·중 전략경쟁은 푸틴 대통령의 고단수 전략적 게임에서 나온 것이며, 미국이 여기에 휘말려 중국을 가장 도전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광범위한 대응조치를 하며 이것도 모자라 동맹국과 전략적 파트너십 국가,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 연대해 과시적 시위(rally)를 하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뉴욕타임스 국제판』은 미국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회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나토 및 유럽연합과 인도-태평양 주요 국가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중국을 주된 도전국으로 삼아 미국 위세를 유지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선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를 낮춰 중국과 경제적 협력부터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The New York International Edition, June 1, 2022, p. 1+10;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June 3, 2022, p. 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