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MA 정책연구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북한 비핵화 회담 전망
    Incoming Next US Government and US-North Korea De-nuclearization Talks
    저 자 김열수
    출 처 제2호
    발행 년도 2020년 12월
    주제 키워드 바이든 행정부북한 비핵화과거의 길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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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어가며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선거 불복 소송에도 불구하고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Jr.)이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2020년 8월에 수정된 민주당의 정강과 바이든이 대통령이 선거 유세 기간 발표한 정책들을 종합해 보면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정책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대북 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이 글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정책과 생각을 토대로 비핵화 회담 가능성을 전망해 보고 이를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밝혔던 대외 정책의 기조와 대북 정책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에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양 극단의 정책을 시나리오 형태로 전개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 비핵화 회담의 가능성과 한국 정부의 역할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2.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 및 대북한 정책

        

    재선을 노린 트럼프 대통령의 미래 정책기조는 여전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였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는 다자주의를 통한 미국의 리더십 회복(Renewing American Leadership)을 정책기조로 내세웠다.79) 바이든은 2020년 8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책임을 지지 않고, 이끌기를 거부하며, 남들을 탓하고, 독재자들의 비위나 맞추고, 혐오와 분열의 불길을 조장하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하면서 “더 안전하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계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일하겠다”라고 했다.

        

    11월 7일 대통령 선거전 승리 연설에서는 국민 통합을 위한 ‘치유’와 함께 “미국은 단순히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범을 보임으로써 세계를 이끌어가는 ‘등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승리 선언 후 유럽 정상들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메시지를 전했다. 바이든은 미국이 다자주의 노선을 통해 리더십을 회복하여 세계를 리더하는 등불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바이든의 대 북한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 북한 정책과 매우 다를 것이다. 트럼프는 만약 재선된다면 이른 시일 안에 톱-다운(Top-Down) 방식의 제3차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화염과 분노’로 돌아서지 않았다. 트럼프는 오히려 김정은을 적대시하기보다는 여러 번에 걸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미 두 정상은 28번의 친서를 주고받았다. 트럼프는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해서 침묵했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이 성공적이지도 못했고 아무런 성과도 없었으며 김정은이라는 독재자의 비위나 맞추었다고 비판해 왔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수차례에 걸쳐 김정은을 만나 사진을 찍음으로써 오히려 김정은 레짐만 더 강화시켜주는 나쁜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바이든은 “북한이 단 한 개의 미사일이나 핵무기를 파괴하거나 단 한 사람의 사찰관이라도 현지 사찰을 허용한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80) 김정은에 대한 바이든의 불신도 크다. 대선 TV 토론에서 바이든은 김정은을 두 차례에 걸쳐 불량배(thug)로 규정했다.81)

        

    바이든의 대한반도 정책은 원칙에 입각한 외교에 관여하면서 “비핵화한 북한과 통일된 한반도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82) 바이든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2013년에 이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CVID)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83) 결국 바이든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 그러나 바이든은 “김정은과의 직접적인 개별외교를 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동맹 및 중국과 함께 지속 가능하고 협조된 캠페인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했다.84) 이는 “동맹국들과 대북 외교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비핵화 목표를 진전시켜 나가겠다”는 민주당의 정강과 맥을 같이 한다.

        

    바이든은 톱-다운(Top-Down) 방식의 협상보다는 버텀-업(Bottom-Up) 형태의 협상 방식을 선호한다. 바이든은 CFR 문답에서 “(대북) 외교는 중요하며 외교 실행을 위한 전략, 절차, 유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으로서 나는 우리 협상단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도 했다.85) 정상끼리 합의하고 합의한 내용을 실무자가 실행하는 트럼프의 하향식 방식이 아니라 실무협상 등을 거쳐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상향식 방식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TV토론에서 밝혔듯이 바이든은 “북한이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라고 했다.86) 미·북 정상회담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북한 인권에 관해 관심을 표하지 않았으나 바이든은 북한 인권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4년 동안 공석이었던 대북인권특사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3. 북한의 핵개발 목표와 비핵화 방법론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다. 북한이 2012년 개정된 헌법에 명시하고 2013년 관련 법령을 채택했기 때문이 아니라 핵보유국을 향한 실제 행동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 제1차 핵위기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다양한 회담의 틀을 이용한 여러 가지 합의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는 사이에 연구용 원자로를 겨우 가동하던 북한이 이제는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 것이다. 미 국방부 산하 육군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6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6개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87) 핵무기 소형화 능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2017년에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중장거리 지상발사용 미사일인 화성 12형, 14형, 15형을 시험발사하여 성공시켰다. 2019년 10월에는 사거리 2,000㎞로 추정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3형을 시험발사했다. 또한, 북한은 2019년 7월 SLBM 3개 이상을 탑재할 수 있는 골프급(3000톤급) 신형잠수함을 김정은의 현지 방문 형식을 빌려 공개했다. 2020년 10월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는 괴물급 ICBM을 선보였고 북극성 4ㅅ형도 선보였다. 이 정도 능력이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스라엘이나 인도 또는 파키스탄의 능력보다 낫다고 평가할 만하다.

        

    북한은 핵개발 당시 각종 제재를 받았지만, 지금은 정상국가로 대접받고 있는 파키스탄을 자신의 모델로 삼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어야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담보받을 수 있고 한국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무력통일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북한은 자신이 만족할만한 반대급부를 받지 않은 이상 핵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는 한미가 생각하는 비핵화와 다르다.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한)반도’ 비핵화이기 때문이다. 남북기본합의서, 4.27 판문점 선언, 그리고 북미 싱가포르 선언 등에 등장하는 용어는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이다. 북한이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2016년 7월 북한 정부 대변인 성명에서 밝혔듯이88) ① 남조선에서의 미국 핵무기 공개, ② 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기지 폐쇄 및 검증, ③ 미국이 조선반도와 주변에 핵 타격수단을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담보, ④ 어떤 경우에도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을 하거나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약, ⑤ 남조선에서의 미군의 철수 선포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 방법론은 과거 6자회담 이후 줄곧 주장했던 ‘단계적ㆍ동시적 조치’이다. 한꺼번에 비핵화 조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비핵화를 하면서 단계마다 동시 행동을 하자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살라미 전술을 통해서 최대한 많은 반대급부를 얻되 북한의 비핵화는 최대한 늦추자는 속셈이다. 만약 동시행동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나 이행 과정에서 불만이 있다고 생각하면 회담을 결렬시키거나 합의된 내용을 무시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회담이 교착되는 사이에 핵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정부와 새로운 협상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0년 가까이 이런 패턴을 반복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반대급부의 핵심은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이다. 대북 적대시 정책에는 주한미군·연합사·유엔사의 존재, 한미연합훈련 실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이 포함된다.89)

        

    김정은 등장 이후 북한은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선호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에 여러 번 실무회담을 제안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그나마 겨우 성사되었던 2019년 10월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북미 실무회담마저도 결렬되었다. 북한의 김명길 대표는 “미국의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탓했다. 그 이후 현재까지 어떤 형태의 북미회담도 없었다.

        

        

    4. 북한의 선택

        

    가. 선택1: 과거의 길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경로의존적 행태를 반복하는 과거의 길이 있고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에 나서는 새로운 길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이 어떤 길을 택할지는 북한의 몫이지만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북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떤 새로운 행정부든 새로운 행정부 앞에 놓인 과제들은 많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대부분 재검토하고 자신의 공약을 실행해야 하기에 할 일이 더 많다. 국내적으로는 치유를 통한 국민 통합을 이루어야 하고 국외적으로는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북한 핵문제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리더십 회복을 위한 국제기구 재가입, 동맹 강화를 위한 조치, 중국과의 협력과 견제를 위한 새로운 구상, 그리고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위한 조치 등을 우선적으로 하고자 할 것이다. 대량살상무기문제도 북한의 핵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와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Treaty) 연장 협상 문제가 있고 트럼프가 탈퇴했던 이란과의 핵 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에 대한 재가입 문제 등도 있다. 북한은 자신의 의제가 뒤로 밀리는 것에 불만을 나타낼 수도 있다.

        

    둘째, 새로운 진영을 꾸리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임명직 관료들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의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고 또 관련 공무원들이 하나의 팀으로서 팀스피릿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 협상을 위한 전담팀도 꾸려야 하는데 이런 진용이 갖춰지려면 적어도 2021년 전반기가 지나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미국에 대해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셋째, 설령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이를 의제화할 때도 바이든 행정부의 초기 대북 비핵화 접근 방법이 북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회담이 성사되기 전에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대북 정책을 언론에 흘릴 수도 있다. 이때 CVID만을 강조하거나 버텀 업 방식의 협상만 고집하거나 또는 김정은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북한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도발 행위를 할 수 있다.

        

    북한의 변수도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의 리더십 교체기에 신행정부를 시험해 보거나 신행정부와의 대미 협상력 증대를 위해 종종 핵·미사일 실험을 단행한 바 있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가 막 출범한 2009년 4월에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발사했고,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한 사례가 있다.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마지막 연도인 2016년에는 무수단 계열의 미사일을 여러 번 시험 발사했고, 제4차 및 제5차 핵실험을 단행했으며 SLBM인 북극성 1형을 시험 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는 화성 12, 14, 15형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제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정권 교체기에 집중적으로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이다.

        

    미국의 변수와 북한의 변수가 상승작용을 하면 북한은 과거의 길을 택할 수 있다. 북한은 북극성 4형이나 괴물같은 초대형 ICBM을 시험 발사할 수 있다. 도발 시기는 제8차 당 대회 직전,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직전이나 2021년 3월에 계획되어 있는 한미연합훈련 전후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런 도발을 통해 자신이 선호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톱다운 형식의 협상을 통해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를 강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나. 선택2: 새로운 길

        

    북한은 전략적 도발이라는 과거의 길보다는 비핵화회담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 2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북한이 현재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이든과 그 측근들이 밝힌 비핵화 해법에 관한 것이다. 북한은 현재 대북 제재, COVID-19, 그리고 자연재해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국경차단에 무역절벽까지 겹쳐 북한경제가 ‘퍼펙트스톰’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90)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올해 북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7%로 전망했다. 그러나 2020년 6월에는 –6%로 조정했다가 9월에는 -8.5%로 낮췄다.91) 이는 ‘고난의 행군’ 기간인 1997년에 기록한 -6.5% 보다도 낮은 것이다.

        

    김정은도 북한의 경제 실패를 인정했다. 김정은은 2020년 8월 19일 개최된 노동당 제7기 제6차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 드는 데 맞게 경제 사업을 개선하지 못해 계획했던 국가 경제의 장성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 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020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열어 “2021년 사업방향을 포함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만일 북한이 인내하지 못하고 전략적 도발을 선택한다면 유엔 안보리는 역대급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 2017년 12월에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 제2397호는 총 29개조로써 북한의 외화수입 차단조치 강화, 북한 수출 금지 품목 확대, 대북 유류 및 정유제품 공급 제한(유류는 연간 400만 배럴로 제한, 정유제품은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제한), 그리고 북한 노동자 귀국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제28조에는 안보리의 자동개입을 의미하는 트리거 조항(trigger clause)이 있다. 만약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유엔안보리는 추가적인 중대한 조치들(further significant measures) 취할 것과 만약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안보리는 추가적인 대북 유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할 경우 유엔안보리는 더 강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자력갱생은 고사하고 체제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제8차 당대회를 통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해야 하는데 제재 완화 없이 추가적인 대북제재만 있다고 가정한다면 5개년 계획 자체를 수립하기도 힘들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전략적 도발보다는 미국과의 대화를 기대할 것이다.

        

    둘째, 북한은 바이든과 바이든 측근들이 밝힌 북한 비핵화 접근에 관한 인식에 주목할 수 있다. 바이든은 대선 TV 토론에서 핵 군축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북한의 핵 능력 축소를 북미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북한이 생각하는 최선의 목표는 미국으로부터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지만 차선의 목표는 미국과의 핵 군축이라고 할 수 있다.92) 북한은 과거 핵은 포기하지 않은 채 미국과 핵 프로그램에 대한 상호 핵군축을 하면서 그 반대급부를 챙길 수 있다면 이에 만족할 수도 있다. 바이든의 외교·안보 분야 최측근인 라이스(Susan Elizabeth Rice)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2019년 2월 미국 공영 라디오인 NPR과의 인터뷰에서 CVID의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녀는 “북한이 실제로 완전한 비핵화를 할 의사가 있다고 믿기에는 매우 회의적”이라며 “현실적 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협상은 “제재를 강력하게 유지한 채 힘을 통해 협상할 것”을 주장했다.93)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부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블링컨(Antony J. Blinken) 전 국무부 부장관은 2018년 6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북한과의 핵 합의에 최고의 모델은 이란”이라고 했다.94) 그는 이 기고문에서 ① 모든 (핵)프로그램의 공개 ② 국제사찰단 감시하의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인프라 동결 ③ (핵)탄두·미사일의 일부 폐기와 경제 제재의 제한적 해제 맞교환 등을 미·북 간에 고려해 볼 만한 잠정적 합의 요소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런 합의가 “지속적인 외교가 필요한 세부적인 로드맵을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블링컨은 또 “(우라늄) 광산, (정련) 공장, 원심분리기, 농축·재처리시설 등의 핵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이란 핵 합의의 장점이라고 했다.95) 북한은 이런 언사를 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와 핵회담을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5. 비핵화 회담 전망과 한국 정부의 역할

        

    북한이 과거의 길을 택할지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택할지 알 수 없다. 미 대선이 끝났지만, 북한이 침묵을 이어 오는 이유도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것을 방증한다. 북한 내부의 위기 상황이나 바이든과 바이든 측근들이 밝힌 여러 접근법을 고려해 보면 북한은 전략적 도발이라는 과거의 길보다는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전략적 도발과 무행동 사이에 있는 회색지대 도발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신형 ICBM을 발사하는 것은 전략적 도발이지만, 신형 잠수함을 공개하거나 진수식을 갖거나, 또는 북극성 4ㅅ형을 발사하기 위한 준비작업 장면을 공개하는 것은 전략적 도발이 아니다. 이를 회색지대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신형 4종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등을 발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4가지가 있다. 우선,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며, 둘째는 비핵화 회담을 위한 구상을 정립하는 것이고, 셋째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당사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며, 넷째는 관련국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바이든도 중국의 협조를 언급했기 때문에 회담의 틀이 양자회담을 넘어설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4자회담과 6자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비핵화 회담 전반에 대한 구상을 정립한 뒤 이를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컨센서스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이 조기에 진행되면 북한의 전략적 도발은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제46대 미 대통령 취임식 전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북미 회담이나 비핵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발빠르게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과 동시 행동이라는 방법론이 도출된다면 이란 핵합의를 뛰어넘는 비핵화를 향한

    첫발을 뗄 수도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79) Joseph R. Biden, Jr., “Why America Must Lead Again: Rescuing U.S. Foreign Policy After Trump,” Foreign Affairs, March/April 2020.

    80)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President-Elect Biden on Foreign Policy,” https://www.cfr.org/election2020/candidatetracker

    81) 바이든은 2020년 1월 민주당 경선 토론에서 “전제 조건 없이는 나를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하는 미친개’라고 부른 이른바 ‘최고 지도자’란 사람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바이든이 김정은을 ‘불량배(thug)’로 부르자, 2019년 11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친개는 한시 바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82) 바이든이 10월 30일 연합뉴스에 기고한 기고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83) 바이든은 2013년 부통령 자격으로 방한했을 당시 이 표현을 사용했다.

    84)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President-Elect Biden on Foreign Policy,”

    https://www.cfr.org/election2020/candidate-tracker; 10월 22일 대선 TV 토론회에서도 시 바이든은 북한 비핵화 합의시 중국의 관여가 중요하다고 했다. “Because I would make it clear, which we are making it clear to China, clear they have to be part of the deal…”

    85) 김진명, “바이든의 북핵 해법, 오바마 시절 ‘이란 핵사찰 합의’에 있다,” 『조선일보』, 2020.11.10.

    86) “On the condition that he would agree that he would be drawing down his nuclear capacity…”

    87) 김영교, “북한 60개 핵무기 보유 추정, 실험용 경수로 제대로 갖췄을 때 가능” VOA, 2020.8.19.

    88) 『조선중앙통신』, 2015.7.6.

    89) 2014년 김정은 신년사, 『노동신문』, 2014.1.2.; 2016년 김정은 신년사, 『노동신문』, 2016.1.2.; 2017년 김정은 신년사, 『노동신문』, 2017.1.2.; 2019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보고한 김정은의 발언(미국은 이에 응당한 조치로 화답하기는커녕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크고 작은 합동군사연습들을 수십차례나 벌려놓고 첨단전쟁장비들을 남조선에 반입하여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하였으며 십여차례의 단독제재조치들을 취하는것으로써 우리 제도를 압살하려는 야망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세계 앞에 증명해 보이였다), 『조선중앙통신』, 2020.1.1.

    90) 이렇게 되면 북한의 무역, 산업, 재정, 외환, 시장이 일시에 붕괴되거나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91) 김동표, “北경제 -10% 전망까지…커지는 퍼펙트스톰 공포,” 『아시아경제』, 2020.11.13.

    92) 북한은 2018년 4월 20일 조선노동당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때 핵·경제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한 결정서를 채택했다. 북한이 “림계전핵시험과 지하핵시험,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초대형핵무기와 운반수단개발을 위한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여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하였”기 때문에 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며,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페기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고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결정서에는 “당과 국가의 전반사업을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지향시키고 모든 힘을 총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 결정서들을 해석해 보면,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핵군축 노력, 핵무기 선제 불사용, 핵무기 및 기술 이전 금지 등의 국제 규범을 지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핵무력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를 핵경제노선의 폐기로 받아들였다. 이승현, “김정은,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 집중’ 새 전략노선 천명: 당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경제·핵 병진노선 승리’ 선언 (요지),” 『통일뉴스』, 2018.4.21.

    93) 김진명, “트럼프 “北과 재협상”… 바이든 “동맹 최우선”,“ 『조선일보』, 2020.11.2.

    94) Antony J. Blinken, “The Best Model for a Nuclear Deal With North Korea? Iran,” The New York Times, June 11, 2018. 이 합

    의를 통해 이란은 우라늄 비축량의 98%를 제거하고, 원심 분리기의 2/3를 해체하여 봉인하고, 우라늄 농축을 무기 등급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제한하고, 플루토늄 원자로의 핵심을 제거하도록 되어 있다. https://www.nytimes.com/2018/06/11/opinion/trump-northkorea-iran-nuclear-deal.html 검색일: 2020.11.20.

    95) 김진명, “바이든의 북핵 해법, 오바마 시절 ‘이란 핵사찰 합의’에 있다,” 『조선일보』, 2020.11.10.

    위원
    김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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