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발발한 이래 2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러시아산 무기와 장비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국가로는 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방글라데시·네팔·아세안 회원국 등이다. 이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국영 안토노프(Antonov) 항공사와 러시아 미그(MiG)와 수호이(sukhoi) 항공사가 생산한 엔진·핵심부품·동체 등에 의존하는 헬기·전투기·수송기를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 국영 로소보로넥스포르트(Rosoboronexport)사가 판매한 Mi-계열과 Ka-계열 헬기, Yak-계열 훈련기, MiG 및 Su-계열 전투기, An-계열 및 Il-계열 수송기들이 대부분 노후돼 개량 또는 대체할 시기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Mi-17/22, Ka-226 헬기, Su-22/26 전투기, An-18.22와 Il-78 수송기 등이며, 일부 Su-27/30 전투기들도 있다. 이에 이 국가들은 러시아 또는 우크라이나와 핵심 부품 도입, 무기 체계 개선, 대체 전력 구매를 협의 중에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비록 이 국가들의 러시아산 무기 도입이 2018년 이후부터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신규전력 도입과 일부 무기체계의 개선은 여전히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6일 영국 『제인스 국방주간』은 이 국가들의 2030년경 러시아산 노후 무기 개량 및 대체 전력 구매 규모를 약 1,367억 불로 전망하면서, 중국 위협과 경쟁국의 신규 전력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소요 규모는 약 645억 불에 이를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항공사와 구체적 협의를 못하고 있으며, 특히 2016년에 창설된 우크라이나 국영 우크로보론프롬(Ukroboronprom)사가 러시아의 대안이었으나, 전쟁으로 피해를 입어 협의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이 우크라이나 우크로보론프롬사와 추진한 러시아산 Il-78 수송기 MRO 계약의 취소, 방글라데시의 Mi-17 헬기 개량사업 취소, 스리랑카가 우크라이나 우크로보론프롬사와 추진한 신규 헬기 도입 계약 취소, 그 외 인도와 베트남의 러시아산 전투기의 개선 사업, 말레이시아 Su-30MKM 전투기 개량사업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미국이 『적국에 대한 대응법(CAATSA)』 적용 예외 혜택을 주며 이 국가들에게 미국산 무기 구매를 제안했으나, 구매 단가가 러시아산에 비해 고가이고, 국내 정치·종교적 요인으로 인해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잉사가 인도네시아에 F-15EX 전투기를, 방글라데시에 AH-64A 아파치 공격헬기를, 록히드마틴사가 태국에 UH-60 다목적 헬기를, 제너럴일렉트릭스사가 인도에 테자스(Tejas) 고등훈련기용 GE F400/404 엔진 수출을 제안했으나, 실제 계약은 없는 실정이다. 또한, 중국도 반미 및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는 이 국가들에게 러시아산 무기와의 상호운용성을 강조하며 중국산 무기를 대안으로 제안했으나, 중국 내 항공사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출용 무기와 장비의 핵심 부품을 구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캄보디아·라오스·파키스탄에 하얼빈 Z-9 다목적 헬기, K-8W 수출형 훈련기, CAIG J-10CE 수출형 JF-17 전투기 등을 수출하고, 방글라데시에 밍(明)급 잠수함 2척을 제공했지만, 이 국가들은 미국 CAATSA 제재 우려와 성능에 대한 신뢰성 저하로 중국산 무기를 선호하지 않고 있다. 최근 태국 해군은 중국 해군 Type 039A형 윈(元)급 잠수함의 수출형 S20T 잠수함에 최초 계획된 독일산 대신 중국산 디젤엔진을 탑재하자 엔진의 신뢰성을 들어 인도를 거부했다. 한편, 이번 전쟁의 영향으로 러시아산 무기를 운용하는 이 국가들이 러시아와 무기 상호운용성 유지를 위해 더욱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일 영국 『제인스 국방주간』은 대부분의 러시아산 전투기의 작전능력이 미국산 전투기보다 무장 패드와 무장, 작전고도, 작전반경 등에 있어 우수하다며, 여전히 이 국가들이 러시아산 무기를 선호한다고 평가했다. 궁극적으로 일부 서남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산 무기 운용, 체제 개선, 대체 전력 구매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여러 국내외적, 작전적 요인에 의해 러시아산 무기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출처 : Jane’s Defence Weekly, March 2 & 30, 2022; Jane’s Defence Weekly, April 6, 2022;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April 20,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