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이어, 세계 석유 수출기구(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Plus: OPEC) 플러스(OPEC Plus)가 일일 석유 생산량 감소 결정을 내려 국제 유가 시장이 흔들리는 에너지 불확실성까지 갖게 됐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과 유럽연합의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 조치 등 미국-러시아 간 긴장에 따른 국제 유가 증가 추세가 주요인이고, 이에 추가해 에너지 주요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제로 정책에 따른 경제침체로 석유 수요가 감소한 것이 함께 중복되면서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7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이 조치한 대러시아 금융 및 에너지 수입 제재에 따라 발생한 국제 유가 상승을 안정시키기 위해 OPEC이 일일 석유생산량을 증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 OPEC Plus 단합 결정을 들어 거절함으로써 국제 유가 시장은 요동을 치며 불확실성을 더했다. 이에 미국은 미국이 비축한 전략 석유재고량을 긴급히 방출해 국제 유가 안정을 시도했으나, 세계가 침체기에 진입해 제조업에 대한 타격이 크다. 미국은 지난 2월 배럴당 130불에 이르던 국제 유가가 최대100불 정도 수준에 유지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각국의 석유 비축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과 중국으로부터의 석유 소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해 상호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6일 『뉴욕타임스 국제판』은 “러시아가 2020년 COVID-19 팬데믹 도래 이후 석유 수요가 감소한 추세에 충격을 받고, 세계 경제의 침체기 도래로 향후 석유 소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하에 OPEC은 러시아와 함께 일일 석유 생산량을 감축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다음 달에 실시될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미 바이든 대통령이 당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미국-러시아-중국 간 전략경쟁에서 에너지 안보가 새로운 요인으로 등장했다”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에서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의 인권문제 갈등으로 협조를 거부함으로써 미국이 열세한 입장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러시아와 무제한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한 중국이 러시아 석유를 루블화로 결제하면서 러시아 석유를 대대적으로 수입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는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국제 유가 안정 차원에서 마냥 러시아 석유가 싸다고 수입할 수 없는 입장이 돼 중국과 러시아 간 미묘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월 8일과 9일 『뉴욕타임스 국제판』은 “중국과 러시아 간 석유 수입을 통한 전략적 협력은 미국과 유럽연합에 대한 도전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중국은 러시아 석유 수입 카드를 미국과 유럽연합에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석유만이 아닌 천연가스 수입도 변수가 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독일로 연결된 노드스트림-1/2 가스 파이프라인을 차단해 그동안 값싼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던 유럽에 치명타를 주었으며, 이에 중국이 러시아산 가스 재고를 비교적 싼값에 수입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중국의 고민도 크다고 전망한다. 우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특수군사작전(special military operation)과 지난 10월 8일 러시아와 크림반도 간 연결된 크림다리를 파괴한 행위를 러시아에 대한 테러로 간주하면서 대대적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에 나서는 가운데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의 재고 수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력을 지원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중국 내 석유와 가스 소요가 감소하는 상황하에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무한정 수입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국의 석유 수요는 지난해에 비해 9.4%, 석유 제품은 35.4%가 감소한 상태라며, 중국의 COVID-19 제로 정책과 중국 제조업이 재가동되지 않는 한 수요 감소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유럽 중심의 전략에서 아시아 중심적 전략으로 변화한다고 선언하면서 중앙아시아, 몽골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판매에 경주하며 아시아의 에너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중국의 우려를 받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중국이 에너지 수입을 단일 국가에 크게 의존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면서 “러시아가 유럽 에너지 시장을 잃으면서 아시아에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에너지 전략을 쓰자 우려를 나타냈으며, 푸틴 대통령이 새로운 에너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려는 계획에 중국이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몽골 오흐나흐르 후델수흐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와 연결되는 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점이 이를 증명한다고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중국의 석유와 가스 수요에 따라 국제 유가 시장이 좌우됐다면서 석유의 경우 지난 6월에 정점을 찍고 안정화됐고, 가스는 8월에 정점을 찍고 안정화된 추세를 들어 지금 세계 유가 시장은 미국과 러시아가 아닌 중국의 수요와 수입에 의해 좌우되는 형국에 있다고 전망했다.
* 출처 : NBC News, July 15, 2022; CNBC, October 5 2022;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October 6 & 7, 2022;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October 8-9,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