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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 ‘우크라이나 국민’ [제1404호]
      발행일  2023-01-31
    KIMA Newsletter [제1404호,2023.01.31]우크라이나 방위노력 산물.pdf



                                          * 출처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페이스북

    최근 미국과 나토 주요 국가들이 우크라이나군에 주전차(MBT), 전투장갑차(IFV), 하이마스(HIMAS) 다연장로켓 발사대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에 길게 형성된 전선에서의 화력전과 기동전이 올해 전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을 취재하는 종군기자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제구호단체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정규전에 필요한 전차·장갑차·항공기·탄약보다 우크라이나군에게 시급히 필요한 것은, 개인 방호·전투장비·방한/전투복·응급의무품이며, 우크라이나 정규군, 예비역, 각 지방수비대와 일부 민간 군사지원 단체들 간 앱으로 연결하는 인터넷 서비스 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4일과 15일 『뉴욕타임스 국제판』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형성된 전선에서의 전투를 취재하는 안나 휴사르스카(Anna Husarska) 기자의 기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한 다양한 아이디어, 각종 자재, 헌옷, 지방 단위로 연결된 앱 공유 등의 사례와 최근 러시아의 이란 소형 무인기 투입에 따른 우크라이나 대공방어망 강화에 우크라이나 민방위 조직들이 어떻게 기여했는가”를 보도했다.
    첫 번째 사례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우크라이나 지방 전역에서는 독자적인 지방 수비대를 구성했으며, 이러한 지방수비대에는 남녀 불문, 농부·공장 기술자·트럭 운전사·보드카 조술사·과학자·의사·정보통신 프로그래머 등으로 구성됐다. 심지어 이들은 자녀들이 만들어 준 군인 인식표와 유사한 각 지방마다 특유의 인식표를 부착하고 있었다.
    안나 기자는 “이들이 애국자(patriots)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패트리어트(Patriot) 미사일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사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상가·학교·어린이집·전력발전소·원자력발전소 등을 공격하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폐허가 된 지하를 민간 군수품을 생산하는 임시 군수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군수물자인 총상·폭탄 파편에 의한 부상에 응급조치를 할 개인 의무용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전투의무 지혈대(Combat Application Tourniquet: CAT)’가 대표적인 생산품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군은 미국과 유럽
    연합으로부터 지원된 ‘중국산 CAT’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이는 매우 부실하고 사용하기 불편했다. 그러나 현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가정용품과 상비약품들을 배합해 만든 CAT은 매우 효과적이고, 군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받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지혈되는 효과가 있었다.
    개인 방탄복(bulletproof vest)과 혹한을 견디는 방한복(flak jacket)도 생산한다. 일반 시민들이 입던 사복에 각종 플라스틱, 파괴된 시설물을 절단해 만든 철제 방탄재질 등을 스웨터 등 각종 일용복에 부착해 장병 개인 방탄복으로 지급하고 있다.
    혹한에 견디도록 민간인들이 착용하던 윈드브레이커(wind breaker) 상의에 안쪽으로 각종 방한제를 부착해 동계 전투용 방한복으로 지급하고 있다. 특히 이번 『뉴욕타임스』에 우크라이나 여성이 재봉기로 장병 동계 방한복을 제작하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심지어 모로토브 보드카 공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장병들이 혹한기를 견디도록 보드카를 활용한 칵테일을 제조해, 일부 전선에 배치된 장병에게 추위를 견디도록 작은 병에 담아 지급했다.
    가장 참신한 아이디어는 급조해 만든 야전용 만원경(periscope)이다. 일상품에서 적용된 화소가 높은 비가연성 재질과 복사기에 사용된 확대거울을 사용해 야전용 민원경 약 3,000개를 제작해 우크라이나군에게 지급했다. 이러한 임시적 야전용 만원경은 평야지대가 많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가시권 내의 러시아군의 이동을 시각으로 직접 확인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각 참호에 지급된 소그룹용 겨울 난방기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사용하던 가스실린더와 냉장고의 배관을 조합해 임시 난방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해 지급했다. 이러한 임시 난방기는 폐기된 고물로 만들어져 전투를 마치고 현장에 놔두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어 장병의 전투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미국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SpaceX)가 지원한 스타링크 서비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각종 개인 정보통신 기기들이 우크라이나군의 대공방어에 기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우수한 앱 프로그래머들이 많으며, 일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적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공중 표적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상호 공유할 수 있는 ‘ePPO app’을 제작·배포해 우크라이나군의 대공방어에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투입한 이란산 샤하드(Shahed)-136형 자살용 무인기에 대한 대응이다. 샤하드-136형 자살용 무인기는 구식 엔진으로 소음이 심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하늘의 스쿠터(Sky Scooter)’라 조롱할 정도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스마트폰으로 샤하드-136형 자살용 무인기를 촬영한 사진을 ePPO app을 통해 우크라이나군 대공방어부대로 전송해 이를 격추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이 샤하드-136형 자살용 무인기를 주로 밤에 투입하자, 각 지방수비대는 콘서트에 사용하던 조명등을 공중으로 투사해 이를 탐지하고, 우크라이나 대공방어 부대에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 군사력과 비교해 상대도 되지 않았던 우크라이나군이 점차 전세를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유럽연합의 군수지원도 중요했으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합심해 제공한 각종 아이디어와 현지 급조 물품들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궁극적으로 안나 기자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는 물·빵·전기 없이는 전투할 수 있어도, 국민 없이는 전투를 할 수 없다”고 선언한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도했다.

    * 출처 :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January 14-15, 2023, p.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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