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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반도체 공급체계 주도권 추진 과제 [제1401호]
      발행일  2023-01-25
    KIMA Newsletter [제1401호,2023.01.25] 미국이 반도체 주도권을 가질까.pdf



    2022년 8월 9일 백악관은 미 의회가 통과시킨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제정으로 미국이 더욱 값싼 반도체를 확보할 수 있으며, 미국 내 반도체 산업기반 관련 일자리 창출, 반도체 공급 체계 개편의 주도권 확보, 독자적인 반도체 개발을 하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팩트시트(Fact Sheet)』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만·한국 등 반도체 생산국에 미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을 위한 약 520억 불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1월 18일 미국 『뉴욕타임스 국제판』은 “이번 법안으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기대하는 것과 같이 대만·한국 등의 반도체 생산 기업과 미국 내 인텔, 마이크론, 글로벌 파운드리 등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기보다 반도체 산업 내 시장논리에 따라 여전히 유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와 대책을 주문했다.
    우선 반도체 생산과 공급은 석유 등 기존 에너지 생산과 공급 체계와 다르다. 냉전기 미국은 중동으로부터 값싼 석유를 공급받지 못하면 마치 세계 에너지 시장이 붕괴돼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위협받는 것으로 우려해 중동 안정과 질서 유지에 많은 관심을 뒀다. 중동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대형 유조선으로 운반해 해당국에서 정제하고 산업에 공급하는 단순한 과정을 거쳤다.
    반면 반도체는 수천 번의 부품 공정과 검증 과정을 거치는 복잡한 고도의 산업재로 냉전기 중동 석유 생산과 공급 체계와는 근원적으로 다르며, 설계-생산-부품화 등의 과정을 거치며 자유주의 시장 논리와 투자자본 흐름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시장 논리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부 지원금으로 반도체 생산과 공급 체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만 TSMC가 피닉스에 약 400억 불 규모의 대형 생산공장을, 인텔이 오하이오 콜롬버스에 약 200억 불의 반도체 공장을, 마이크론이 뉴욕주 시라큐스에 새로운 공장을, 삼성이 텍사스에 11개 공장을, 글로벌 파운드리가 버몬트로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거나 확장하는 등의 현상을 볼 때, 반도체 기업들이 꼭 자유주의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지만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이러한 미국 내 새로운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 및 확장은 반도체 생산과정의 일부분이다. 대만 TSMC가 피닉스에 계획하는 반도체 생산 공장은 반도체 완성품을 위한 일부분(tiny)의 부품공장에 불과하다.
    실제 대만 TSMC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수 있다는 여러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도 여전히 최첨단 반도체 생산 공장은 대만에 그대로 두고 있다.
    또한, 『반도체 및 과학법』에 따라 미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고자 미국·대만·한국 등의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반도체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반드시 미국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현재 미국은 첨단 반도체의 약 90%를 대만 TSMC로부터 수입하고, 나머지를 한국 삼성전자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TSMC는 대만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보다 피닉스에 건설할 공장에서 생산할 반도체 가격이 더 비싸다는 것에 매우 민감해하며, 『반도체 및 과학법』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 약 90%의 반도체를 공급하는 대만 TSMC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해 생산했다는 이유로 반도체 가격을 올리면, 이득을 보는 쪽은 자유주의 시장 논리에 따라 값싼 가격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과 국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반도체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이 일시에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 생산과정은 설계-검증-생산-부품접목 등 분업화 돼 있다. 이러한 세부과정은 아시아·중남미 등 값싼 노동력과 고급 인력들이 있는 곳으로 자연스레 이동하면서 원가를 절감하고, 최첨단의 반도체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유럽 역시 미국의 『반도체 및 과학법』에 대응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으나 반도체 생산성을 중시하고 있는 반면,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및 과학법』은 중국 반도체 생산을 견제한다는 목적에 집중했지, 자유주의 시장 논리를 따르는 반도체 생산성은 무시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이에 미국은 미국에서 시작된 TSMC가 왜 대만과 중국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했는지를 고려했어야 했다.
    특히 1987년 미국이 일본의 반도체에 대응하기 위해 약 10억 불의 반도체 활성화 계획을 추진했으나, 세금증가로 포기했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재활하기 위한 정책들이 실패한 이유가 모두 세금 증가, 제품 생산성 저하, 임금 상승 등의 이유에서 비롯된 것임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반도체 및 과학법』은 미국 반도체 기업에 약 390억 불의 연구개발, 약 20억 불의 특정 반도체 개발 및 생산, 약 5억 불의 반도체 부품공급 체계 개편 등 약 527억 불을 배정했으며, 이에 마이크론사는 약 400억 불의 신규 투자계획을, 퀄컴사는 42억 불의 반도체의 글로벌 파운드리 확장을 위해 신규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법안이 과거와 같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 반도체 기업과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파운드리 기업들에게 각종 투자 혜택을 주는 것도 중요하나, 자유주의 시장경제 논리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보다 많은 민간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반도체 생산 기폭제를 만들도록 세제혜택을 줘 미국 국가경제위원회가 지적한 바와 같이, 정부가 아닌 시장이 승·패자 평가하도록 하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미·중 간 글로벌화 된 반도체 공급체계에서 승자로 남기를 바라기보다, 자유주의 시장논리에 따라 어떻게 최첨단 기술을 확보해 반도체 부품공급 체계를 주도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출처 : United States White House, Fact Sheet: CHIPS and Science Act Will Lower Costs, Create Jobs, Strengthen Supply Chains, and Counter China, August 9, 2022;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January 18, 2023, p.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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