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북한 경제는 어떤 상황에 있는 것일까. 북한은 지난 1월 21일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북·중 국경을 폐쇄하였다. 이후 대외무역의 95%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무역이 중단되면서 외화난, 식량난, 생활난, 자재난 등 이른바 4난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결과적으로 올해는 코로나 돌발 변수의 등장과 지속으로 북한 경제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 된다. 무엇보다 인접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년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측면을 고려하면 북한의 경제성장률 역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북한경제에 미친 영향은 북중교역 통계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코로나는 북한경제를 지탱해 온 중국과의 무역이 침체되면서 북한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북한의 국경봉쇄 이후 지난 6월까지 6개월 동안 북중무역 총액은 4.1억$로 2019년 상반기 대비 67% 감소했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거래제한으로 2월 이후 무역이 급감하였으며, 특히 수출이 더 줄었다. 수출은 2천9백만$로서 72.3%, 수입은 3.8억$로서 66.5% 줄었다. 2020년 상반기 북한의 대중국 주요 수출입 품목은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품목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코로나로 인한 거래제한으로 식량과 의약품 수입 비중이 대폭 증가했다. 예를 들면 식용유 2.9배, 설탕 2.8배, 의약품 2.5배, 밀가루 3.3배 각각 늘었다. 이와 같은 대중 수입품목 구조는 코로나로 인한 대외거래 악화로 심화된 외화난을 반영하고 있고, 그마저 부족한 외화를 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품목들(즉 식량, 의약품)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비료, 건설 자재 등 필수 물자를 수입하는 국가무역 외에 비상방역체계를 엄격하게 가동하면서 북중 국경지역에서 밀수, 해외 통화나 불법송금 등을 대대적으로 검열하고 있어 인민 생활품을 포함해 식량, 의약품 부족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난 상반기 중 북한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옥수수와 이를 가공한 식품들의 수요가 증가했다. 농업생산량 감소와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제봉쇄로 시장 활동이 위축되면서 주민들의 전반적 소득, 특히 현금 수입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식품 및 소비재 수입이 동시에 줄면서 평양 시민을 포함해 상류층 및 국영부문 종사자 중심으로 생활수준이 하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른 한편 일부 일반 주민들은 당 창건 기념일(10.10)까지 완공해야 하는 평양종합병원 건설, 원산-갈마(강원도), 삼지연 지구(양강도) 등 대규모 건설현장에 동원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군대에 대한 국가적 식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후방물자 보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북한의 수출길이 험난해지면서 자연스레 외화수입이 크게 줄었다. 수출 외 관광, 임가공, 해외 파견 근로자 임금 등이 주요 외화수입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화사정이 더 나빠졌을 것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올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외국인 관광유치 사업이 연초부터 코로나 돌발변수의 등장으로 난관에 봉착했고, 중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의 숫자도 감소하면서 외화소득 감소현상이 가속화되었다. 이에 따라 시장환율의 변동성도 커졌다. 북한 시장환율은 특히 중국내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되었던 2월-5월 사이 급등락을 반복해, 예를 들면 며칠 사이에 환율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일이 다반사여서 돈 장사꾼들도 혼란을 겪어야 했다. 5월 5일 하루 동안 평성에서는 1달러 북한돈 8,150원으로 시작해서 8,500까지 올라가다가 갑자기 7,500원으로 하락한 사례도 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외화 확보를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 중이다.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지난 4월 20일 인민공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내각은 국가의 자원과 자금원천을 전반적으로 장악하고 나라의 경제를 통일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는 자금력, 집행력을 확보하는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

조만간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10)이 다가오면서 자금 수요가 증대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자금과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로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집중하게 되면서 최대 역점사업이었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완공도 지체되고 있다. 중요대상건설의 중심이 기존 삼지연, 원산갈마 등 관광단지 건설에서 보건분야(평양종합병원 건설), 에너지절약분야(김책제철소 산소분리기설치 등)로 이동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 예상으로 앞으로 상당 기간 관광 수요가 낮을 것으로 예상해 보건 및 자원절약 관련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난을 반영해 절약운동과 재활용(recycling)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정으로 북한 당국은 자력갱생을 더욱 강조하고 있고, 이례적으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 등을 수시로 개최하면서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건설의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난관을 오직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돌파해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8월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당 8차 대회에서 올해의 사업정형과 함께 당 중앙위원회 사업을 총화하고 다음해 사업방향을 포함한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5년간 추진해온 경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전원회의 결정서는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 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해 계획됐던 국가 경제의 장성(성장)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고 밝혔다. 올해로 마무리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국가전략 이행이 미흡하다고 시인한 것이다. 2018년 이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고 대북 제재의 장기화에 더해 코로나19, 대홍수로 인한 피해까지 겹치면서 결국 일찌감치 애초 제시한 경제목표 달성이 실패했음을 솔직히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연설에서 “올해 여러 측면에서 예상치 못했던 불가피한 도전에 직면한 주·객관적 환경”을 언급했다. 다만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2016년 5월 이후 4년 8개월 만에 당 대회 개최를 결정한 것은 경제건설 목표를 단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시 계획을 수립해서라도 더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경제건설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점이다. 홍수 피해 복구가 아직 진행 중이고, 코로나 최대비상방역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와중에 김정은 위원장이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오히려 내부결속을 더 공고하게 다지려는 것은 김정은식 정면돌파 통치 스타일의 전형이다.

원래 당대회는 당의 중요한 노선과 정책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비전과 장기전망을 발표하는 자리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대외정세가 불투명하고 경제가 어려우면 당대회를 오랫동안 개최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핵문제, 제재, 코로나, 대홍수 등 자연재해 등 어렵고 불확실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 제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올해 코로나 사태 등 예상하지 못했던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4년 전 7차 당대회에서 밝힌 주요 국가사업들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 점, 그 이유와 배경 등을 충분히 당 간부들과 공유하되, 이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면서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지도자와 당 차원의 의지와 계획을 밝혔다. 위축된 사회분위기를 다시 일신하고 내부결속을 더욱 공고히 다져나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주민들의 생활 향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희망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 김 위원장이 6차 전원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아니라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점도 눈길을 끈다. 전략은 숫자가 아닌 기본방향과 목적을 제시하지만, 계획은 숫자로 제시되며 또 법적 성격을 가진 국가의 법적 과제로서 무조건 수행해야 할 당의 지령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계획에는 해당 시기 경제발전의 총적 방향, 속도와 균형,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도들이 계획항목과 지표들에 의하여 과학적으로 반영된다고 한다. 즉, 국가적인 범위에서 해당 시기 달성해야 할 경제발전목표와 과업이 규정되고 그 성과적 실현을 위한 인적 및 물적 자원에 대한 합리적인 분배이용이 과학적으로 예견된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마련 작업은 최근 ‘경제사령탑’에 오른 김덕훈 신임 내각 총리와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내부 정세를 고려하면 당분간 북한은 ‘내치’, 특히 경제건설 및 주민생활향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장 코로나 대유행 사태의 장기화에 대응해 비상방역체계를 강화하면서도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 보건의료분야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경제건설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북미관계의 장기간 교착과 최근의 남북관계 단절 상황 등과 함께 북한 내부 경제의 어려움들이 겹치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10월 10일 당 창건 75돌을 앞두고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역시 주민생활 향상, 특히 먹는 문제 해결이라는 점도 재확인되고 있다. 그렇지만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하다고 평가할 만한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7월에만 8차례 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당, 정, 군에 대한 권력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고,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오히려 체제결속을 더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민심이 다소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이는 다른 정상국가들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현상으로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