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전략혁명’과 군사력 강화의 함의

저 자	김충남
출 처	31호
발행 년도	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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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3일 미국은 중국 공산당 정부를 대상으로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닉슨도서관에서 행한 ‘공산주의 중국과 자유세계의 미래’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중국 포용(engagement)정책 폐기와 중국 공산당 정부와의 전면 대결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파산한 전체주의 신봉자인 독재자’로, 중국 공산당을 ‘먹이를 주는 주인의 손을 문 개’라 하고, 또한 중국의 개방을 이끈 닉슨 대통령의 40여 년 전 어록까지 인용해 중국을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괴물에 비유하는 등, 도발적 언어로 중국을 비난하면서 “때가 왔다. 자유 국가들이 행동할 때다. 모든 나라는 그들의 주권과 경제적 번영 및 이상(理想)을 중국 공산당의 촉수(觸手)로부터 어떻게 지킬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 만약 우리가 지금 무릎을 꿇는다면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이 중국 공산당의 자비에 운명을 맡기는 신세가 될 것”이라 했다. 지난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중국전략 보고서’의 후속조치로 행한 이 연설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와의 대결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미·중 갈등이 무역·군사·외교·안보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미·중 정면 대결은 한국을 심각한 전략적 위기로 내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직접 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간 균형외교라는 한국의 전략은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따라서 한국은 국가전략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통해 외교·안보정책을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과 전략적 조건이 유사한 호주가 적극적인 전략지침을 마련하고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호주의 전략 환경은 한국과 유사하다. 안보적 측면에서는 미국과 동맹관계이고 특히 인도, 일본 등과 더불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국가다. 그렇지만 수출의 32%가 중국으로 나갈 정도로 중국은 호주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호주의 주된 중국 수출은 곡물 쇠고기 유제품 철광석 석탄 등 농산물과 광물이다. 한국도 미국의 동맹국일 뿐 아니라 주한미군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수출의 25%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본격화되고 있는 호주와 중국 간 갈등

 

최근 미국의 코로나19 팬데믹 중국 책임론에 동참한 호주에 대해 중국이 무역 보복을 가하면서 양국관계는 긴장으로 치닫고 있다. 호주 정부가 지난 4월 코로나19의 발원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촉구하자, 중국 정부는 호주의 4개 주요 도축장에서 생산된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또한 향후 5년간 호주로부터 수입하는 보리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적용된 반덤핑 관세율은 73.6％이고 여기에 6.9％의 반(反)보조금 관세율도 적용하면서 관세는 무려 80%나 됐다. 중국에 대한 호주의 보리 수출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 무렵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胡希金) 편집장은 웨이보를 통해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 같다”며 “가끔 돌로 문질러 떼야 한다”며 신랄하게 비난했다. 청징예(成競業) 주호주 중국대사 또한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발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추진한다면 호주산 와인과 소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중국인의 호주 여행과 유학도 제재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호주는 경제보복 등 중국의 압력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호주는 홍콩 보안법 제정 과정에서 중국이 홍콩 시위대를 과격하게 진압하는 것을 비판했고, 최근에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소셜미디어 ‘위챗’ 등을 “매우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조치하겠다는 경고였다. 호주가 중국산 통신장비인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기로 하면서 중국과 호주는 갈등을 벌여왔다. 호주는 자국을 겨냥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첩보활동이 늘고 있다고 비난을 한 반면, 중국법원은 마약밀수 혐의를 받는 호주인에게 사형을 선고하기도 하는 등 갈등이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호주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분쟁 당사국들이 국제법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입장을 선회했다. 그래서 호주는 7월 19일부턴 미국, 일본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열리는 연합훈련에도 참여했다. 7월 23일 유엔에 제출한 호주의 선언문에는 “호주는 ‘역사적 권리’와 ‘해양 권리 및 이익’에 대한 중국의 주장을 거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선언문은 상설중재재판소(PCA)의 2016년 판결을 근거로 들며 “중국이 남중국해 바깥쪽 지점들을 선으로 이은 데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호주는 또 ‘국제사회 전반이 파라셀 군도(Paracel Islands)와 스프라틀리 군도(Spratly Islands)에 대한 중국의 지배권을 인식하고 있다’는 중국 측 주장도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베트남과 필리핀의 반박 주장을 언급했다.

 

이처럼 호주와 중국은 다방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호주는 7월 1일 점증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할 목적으로 획기적인 국방전략 변화와 군사력 강화 방침을 선언한 것이다.

 

호주의 공세적 전략 선택과 군사력 강화

 

호주는 중견 군사강국이다. 미국 민간 연구소 글로벌 파이어파워(Global Fire Power)가 138개국 군사력을 비교한 바에 따르면, 호주의 군사력은 19위로 이스라엘(18위) 다음이다. 현역은 6만 명에 불과하지만, 군용기 464대와 전투함 48척을 보유하고 있다. 공군은 F/A-18A/B 호넷(Hornet)과 F/A-18E 수퍼호넷(Super Hornet)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고, 미군의 전자전 공격기인 EA-18G 그라울러(Growler) 11대도 갖고 있으며,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라이트닝(Lightning)을 구입하고 있다. 해군은 경항모로 개조할 수 있는 상륙함 2척과 이지스 구축함 3척을 보유하고 있다.1) 2016년에 발간된 호주 국방백서는 급변하는 아시아·태평양 전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최초의 종합적인 인식을 담고 있었다. 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을 추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또한 중국의 대외정책이 공세적으로 변하는 등, 아태지역의 전략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함에 따라 호주의 국방전략과 군사력 증강 계획도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호주 국방부는 2016년 국방백서에서 주시했던 전략 환경 변화 요인은 비슷하지만 그 변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있고, 특히 호주에 근접한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인도양 지역의 전략 환경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해 초, 호주가 공격용 잠수함 12척을 건조하기로 한 것은 호주의 안보정책이 ‘최소한의 방어’에서 ‘적극적 방어’로 전환했음을 나타낸다. 2019년 2월 호주는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NAVAL) 그룹과 500억 호주 달러(40조원) 규모의 차기 잠수함 건조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2차 대전 이후 호주 국방 분야 지출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한국의 국방 예산(2018년 기준 43조원)과 맞먹는 거액이다. 어택(ATTACK)급으로 이름 붙여질 차기 잠수함의 건조는 프랑스 핵심 엔지니어들이 호주 남부에 소재한 오스본(Osborne) 조선소에 파견돼 기술까지 전수하고 있다. 어택급 1번함은 2030년대 초 생산되며, 2050년 무렵 12척 모두 실전 배치될 전망이다. 호주가 프랑스와 함께 건조할 잠수함은 프랑스의 핵추진 잠수함인 바라쿠다급(5,200톤)의 동체를 디젤 잠수함 형으로 개조해 건조할 예정이다. 호주가 보유한 콜린스급(3,000톤)은 2만㎞ 정도 항해할 수 있지만, 어택급 잠수함이 건조된다면 3만 3,000㎞까지 작전 반경이 확대된다.2) 이 같은 호주의 획기적 작전 반경 확대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본격화하고 있을 때인 2017년 11월 호주 외교부는 14년 만에 외교백서를 발간했다. 2003년 이후 발간하지 않던 백서를 발간했다는 것은 외교·안보 환경에 중대 변화가 일어났다는 의미다. 외교백서는 “중국은 영토 분쟁과 관련해 더욱 호전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가치를 둘러싸고 우리와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이 아시아의 정치와 경제, 안보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면 중국으로의 주도력 이동이 급속히 이뤄져 결과적으로 호주에는 해가 될 것”이라며 “향후 10년 내 호주는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심각한 안보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적’이라고 명시만 안 했을 뿐, 중국을 호주 안보를 위협하는 유일한 존재로 판단한 것이다. 남중국해를 잠식하는 등 커지고 있는 중국의 해·공군력의 팽창은 호주에게 방관할 수 없는 위협이다. 남중국해에 중국이 각종 인공 섬을 건설하고 활주로 등 군사시설을 만든다는 것은 중국 해·공 전력의 급유능력이 급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거점으로 남태평양을 언제든 위협할 수 있게 되면서 호주는 실질적 위협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외교안보정책은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 홍콩을 직접 통제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 중국 군용기들이 타이완 영공을 침범했고 남중국해를 둘러싼 6개국들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한 뼘의 해상 영토도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으며, 지난 7월 중순에는 남중국해에서 미사일 3,000발을 쏘는 등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중국 해군은 남중국해에서 말레시아 선박들을 위협했고, 베트남 어선을 격침시키고. 일본 해양경비정과도 충돌했다. 중국 해경은 이곳에 의도적으로 100일 이상 순시선을 보내 영유권 분쟁을 자극하기도 했다.

 

중국은 인도와 국경 분쟁을 벌여 인도군 20명을 사망케 했다. 지난 6월 초에는 네팔 영토의 한 마을을 무단 점령했다. 70여 가구가 거주하는 ‘루이 마을’인데, 중국은 원래 티베트 영토였다며 군대를 동원해 점령했던 것이다. 7월 초에는 부탄과도 영유권 분쟁을 일으켰다. 여의도 면적 70배 정도의 야생생물보호구역에 대해 원래 중국 땅이라고 주장하며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또한 중국은 접경 지역에 있는 미얀마 반군 세력과 테러단체에 무기를 지원하며 이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뒤 병합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3) 중국과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던 시기인 금년 7월 1일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호주 총리는 장교 후보생 앞에서 행한 연설에서 “우리 지역은 2차 대전 이래 가장 중대한 전략적 재편성이 일어나고 있다. …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안보위협에 직면했다”면서 ‘2020년 수정 국방전략(The 2020 Defence Strategic Update)’과 ‘2020년 전력(戰力) 구조 계획(The 2020 Force Structure Plan)’은 국가의 안전과 번영과 안정의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국가전략의 획기적 전환이라 선언했다. 이는 호주의 ‘전략혁명(strategic revolution)’ 또는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으로 불리기도 한다.4) 획기적인 군사력 강화를 위해 호주는 향후 10년간 2천 700억 호주 달러(1900억 달러·225조원)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국방전략은 2016년에 발간됐던 국방백서를 급변하는 전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수정한 것이다.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호주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 등 국방전략을 조정하고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며, 나아가 종전의 방어중심 전략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억지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역내 불안 요인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중국의 군사력의 실체뿐만 아니라 중국이 군사력을 공세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데 있다. 모리슨 총리는 “갈등의 위험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이 지역의 군사 현대화가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군사 역량과 도달 범위 역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전략목표는 호주가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에 달린 것으로 호주의 군사력을 배치해 전략 여건을 조성하고 호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들을 억제하며 필요하다면 신뢰할 수 있는 군사력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전략목표가 요구하는 군의 새로운 능력과 과감한 결단력은 잠재적인 적과 적대 세력들, 그들의 인프라를 원거리에서 위협할 수 있게 하고 호주의 국익을 위협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인식을 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호주군의 작전 활동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익에 부합한다면 호주는 먼 지역에도 군대를 파견할 것이지만, 그 경우 호주 인근에서 발생하는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이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리슨 총리는 호주와 그 주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협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군사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각국이 코로나로 인한 경제침체 극복을 위해 대대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점증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고려할 때 군사력 강화는 필수적일 뿐 아니라 경제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된 호주의 국방전략은 그 동안 호주의 안보환경이 급속히 악화되어 왔다고 진단한다. 중국을 명시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안보 환경 악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하다. 지난 20년 간 아시아 국가들의 국민총생산(GDP) 대비 군사비는 모두 감소했지만 중국만 급속히 증가를 계속했다. 물론 호주는 단독으로 중국에 맞서려는 것이 아니다. 동맹국인 미국, 그리고 인도·태평양 전략의 동반자인 인도와 일본과 협력하면서 중국에 대항하려 한다. 하지만, 만일 중국이 무력 공격을 할 경우는 따끔한 교훈을 줄 군사력을 갖추는 게 호주의 대(對) 중국 억제 전략이다.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에 대한 호주의 대응

 

중국은 해안 방어와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위해 제1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 오키나와-대만-남중국해)과 제2도련선(사이판-괌-인도네시아) 등 두 개의 도련선에 기초한 적극적인 방어전략을 수립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대화된 해·공군력, 장거리 공격용 미사일, 우주·전자전 기술 등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중국의 ‘반(反)접근·지역거부(A2AD)전략’이라 부르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우선 중국 해안선을 따라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장비를 해저에 설치해 근해에서 활동하는 미 해군 잠수함 활동 감시를 강화했다. 이 같은 중국의 적극적인 진출 전략은 호주 안보에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되었다. A2AD(anti-access, area denial)는 직역하면 ‘반접근-지역거부’로 적 항공모함의 해안 접근을 막고 해안에서 일정 범위 안의 적 해상전력은 철저히 분쇄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전략을 중심으로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전략에 따라 중국은 해군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동시에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호주의 국방력 강화 의지는 강고하다.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해군력과 항공력을 강화하면서 서태평양과 남중국해를 장악하려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호주는 미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모리슨 총리 연설의 다음 날인 금년 7월 2일 린다 레이놀즈(Linda Reynolds) 호주 국방장관은 호주전략정책연구소(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에서 행한 연설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중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즉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추구함에 따라, 지난 4년 동안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호주가 위협을 받아 왔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호주의 전략 환경은 매우 복잡하며, 점점 더 경쟁이 심해지고 있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그녀는 “중요한 힘의 경쟁, 군사화, 혼란, 기술 변화, 새로운 위협이 등장하면서 우리 지역이 이전보다 덜 안전해졌다. 우리는 급변하는 전략적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고 이 같은 미래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레이놀즈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위치에 대한 호주의 새로운 접근 방식에 중국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우리는 중국을 책임감 있는 지역 파트너로 환영한다. 하지만 주권 존중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준수 측면에서 중국의 행동이 우리 자신과 다른 지역 국가들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우리는 그들의 행동에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영향력은 간섭이 될 수 있다. 경제 협력은 강제가 될 수 있다. 투자는 함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압박이 불확실성과 긴장감을 키울 수 있으며 군사적 대결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고 자유 무역과 개방 무역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라면서 “호주는 이 같은 모든 종류의 전략적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레이놀즈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군대를 현대화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지역에서의 분쟁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전쟁의 특성이 바뀌고 있다. … 사이버 공격, 외국의 간섭, 경제적 압력을 통해 평화와 전쟁 사이의 애매한 영역을 이용하려 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레이놀즈 장관의 이날 연설은 향후 군사적인 초점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01년 이후 호주는 중동 지역의 군사 개입을 위해 150억 달러를 투입했지만, 인도 태평양 지역에는 40억 달러 정도만 투입했다.

 

 

호주의 야심찬 군사력 강화 계획

 

호주의 수정된 국방전략에 따른 군사력 강화 계획은 자국의 근접지역은 물론 남중국해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위협을 억지할 수 있는 장거리 타격 능력을 보유하며, 궁극적으로 독자적 능력으로 안보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즉, 군사력 강화 계획에는 장거리 대함 미사일 도입 등 장거리 타격 역량을 강화하고, 무인 잠수함 도입 등 첨단 수중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며, 기뢰부설 능력을 제고시키고, 사이버전과 정보전 역량 증진시키고, 레이저와 같은 지향성 에너지 무기도 개발하며, 군사력과 정치적 압력을 결합한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 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향후 10년간 2천 700억 호주 달러(1,900억 달러·225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지상 타격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장거리 자주포와 다연장로켓을 도입하고 지대함 미사일 시스템을 구축하며 극초음속 무기를 포함해 고속 장거리 무기 연구 개발을 위해 최대 93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5) 모리슨 총리는 이 같은 군사력 강화 계획에 대해 이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우리 해군의 최대 재건 계획”이며 또한 “5세대 공군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호주 정부가 2016년 국방백서에 명시했던 10년 간의 투자 규모에 비해 40% 가량 증가한 것이며, 이에 따라 호주의 국방비는 GDP의 2%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호주의 국방력 강화 핵심 사업으로 중국 함정을 항공기에서 타격할 수 있는 AGM-158C 장거리 대함 미사일(Long Range Anti-Ship Missile·LRASM) 200발을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고, 드론 등 신형 장비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장거리 대함 미사일은 미국이 개발한 사거리 370km로 장거리 펀치력을 자랑하는 순항미사일이다. 호주가 이 미사일을 도입하면 중국 해군에는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이 미사일을 호주가 보유한 F/A-18E/F 수퍼호넷(Super Hornet)에 탑재해 운용할 경우, 호주군이 통제할 지역의 범위는 크게 넓어지고 반대로 중국군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LRASM은 P-8A포세이돈 해상 초계기와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다른 무기체계와도 통합되어 운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RASM 장거리 대함 미사일은 JASSM-ER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터보제트 엔진과 1,000파운드(450kg) 탄두를 탑재하고 레이더 시커(radar seeker)와 기타 센서를 장착해 대함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총 중량은 1.1톤이고 최고속도는 음속에 가깝다. 발사 후, 중고도를 비행하다 종말 단계에서 해수면에 바싹 붙어 비행하는 시스키밍(sea skimming)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이 미사일이 도입된다면 사거리 124km인 하푼 미사일을 운용 중인 호주 공군에 원거리 타격능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레이놀즈 장관은 덧붙였다.

 

 

한국에 주는 전략적 합의

 

한국의 대중관계는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한지 오래다. 세계 6대 수출국인 한국으로서는 최대 수출시 장인 중국을 경시할 수 없는 입장이며, 북한의 비핵화와 통일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중국은 인접한 거대국가일 뿐 아니라 오랜 긴밀한 역사적 문화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협조적일 때는 한국의 미중(美中) 균형외교가 심각한 문제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미중관계가 전면적 대결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같은 전략노선을 지탱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 호주의 전략적 전환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표1> 한국과 호주의 전략적 유사성

	한국	호주
안보	한미동맹, 주한미군 주둔 · 북한 핵위협, 주변국들의 잠재위협	· 미국과 상호방위조약(1951) (인도·태평양전략 핵심 국가) · 중국을 잠재위협으로 인식
경제	· 중국, 최대 수출시장 (2019, 25.1%)	· 중국, 최대 수출시장 (2019, 32.6%)

 

 

<표 1>에서 보여 주듯이, 한국과 호주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유사하다.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이라는 측면에서 양국은 비슷하지만 호주 수출의 3분의 1을 중국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주는 한국보다 중국의 압력을 더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물론 한국과 호주는 모두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호주 간 동맹은 한미동맹에 비해 더욱 공고한 편이다. 그래서 호주는 미국 주도의 인도· 태평양전략의 핵심 국가로서 미국과 군사적 협력을 긴밀히 하고 있다.

 

안보적 측면에서 볼 때, 호주는 아시아 대륙과 멀리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위협은 적은 편이다. 그래서 호주의 외교안보전략은 자국 인접지역에 초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남중국해가 심각한 분쟁지역이 되고 미중관계가 심각한 갈등관계로 바뀌면서 호주는 일본, 인도 등과 더불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으로 인해 미국과의 안보협력은 더욱 절실하며, 또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적 강대국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통일 이후에도 한미동맹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호주는 미국과의 안보협력에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미·중 간 균형외교 등 전략적 모호성으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도 한미동맹을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한국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여지를 주고 있다.

 

호주의 대외전략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에게 참고가 될 수 있다. 첫째는 안보우선의 원칙이다. 국가이익에는 국가안보, 경제적 이익 등 다양한 이익이 있지만 호주는 경제적 손실을 각오하고 안보이익을 우선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호주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점증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억지할 수 있는 군사태세 확립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위협이 곧 공산주의의 위협이라는 점에서 호주의 군사적 억지력 강화와 동맹국들과의 군사적 협력 확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국가정체성 수호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둘째, 정경분리의 원칙이다. 중국과 정치적, 군사적으로 긴장관계가 되더라도 무역관계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제조업 대국’인 중국은 자국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에 대한 무역보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세계시장과의 급속한 결별(decoupling)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호주 같은 중요한 무역 파트너와 결별하기 어려운 것이다. 양국 간 긴장관계에도 불구하고 금년 상반기 호주의 대중 수출이 늘어났다는 것은 이를 말해주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늑대전사’ 외교에도 주권과 국가이익 수호라는 차원에서 당당해야 한다.

 

한국의 지정학적 취약성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은 그 취약성을 상쇄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강대국들의 중간지역에 위치한 국가를 ‘완충국가(buffer state)’라 하며, 이러한 국가는 지정학적 취약성으로 인해 패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역사의 냉엄한 교훈이다. 국가패망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한 타니샤파잘(Tanisha Fazal)은 역사상 패망한 국가 중에서 완충국가의 비율이 무려 40%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동북아의 대표적 완충국가인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취약성 때문에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반도 분단과 6.25전쟁 같은 역사적 비극이 되풀이됐던 것이다.

 

미·중 갈등의 근본 원인이 패권을 둘러싼 사활적 이해관계의 대립일 뿐 아니라 양국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2017년 12월 18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이 방향을 제시하고, 금년 5월 20일 발표된 ‘미국의 대중국 접근법’이 이를 구체화했고, 7월 23일 폼페이오 선언에 의해 공표됐다. 이처럼 중국이 미국의 안보와 경제 뿐 아니라 근본 가치에도 위협이 되는 도전자라는 데 미국 내에 초당적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어 바이든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대중국 전략이 달라질 여지는 별로 없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정면 대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간에 전략적 모호성에 머물고 있는 한, 한미동맹은 공고히 유지되기 어렵다. 무엇이 한국의 국가이익이며 그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 이익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한 국가전략이 제대로 설정되고 국민적, 정치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보는 생존문제다. 한 번 실수는 마지막 실수가 되고 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각주

1) “군사비 23조 쏟는 호주 ··· 그 뒤엔 中 정보·암살 공작 있었다,” 중앙일보, 2020년 8월 2일.
2) “한국 1년치 국방비 ‘잠수함’에 쏟아 부은 이 나라,” 한국일보, 2019년 5월 3일.
3) “‘15 대 1’의 싸움에서 중국이 이긴다 한들”, 동아일보 2020년 7월 27일.
4) “Australia Is Having a Strategic Revolution, and It’s All About China”, https://foreignpolicy.com/2020/07/22/australia-military-strategy-regional-policy-china.
5) “Australia’s 2020 Defence Strategic Update and Force Structure Plan: A Paradigm Shift,“ July 7, 2020, The Diplom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