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9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아프간 사태와 동맹국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면서, 나토 방위조약 제5조와 같이 미국은 동맹국이 침해받거나, 그에 반하는 상황시에는 개입할 것이며, 이는 일본, 한국과 대만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향후 국익 없는 전쟁은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이후 미국 내외로부터 이번 아프간 사태가 지난 수십년간 지속된 “팩스 아메리카나(Pax-Americana)”를 종식하는 계기와 징후가 되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19일 미『Project-Syndicate』에 브라하마 체난니 박사가 “팩스 아메리카나는 카불에서 죽었다(Pax-Americana Died in Kabul)”는 논평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21일 영국『The Guardian』은 이번 아프간 사태로 그동안 미국이 주장해온 자유주의 네오콘(liberal Neocons)적 국제 질서 선도자 역할이 퇴색되었으며, 이는 ‘미국 외교정책의 참사(fiasco of US foreign policy)’라고 보기보다, 팩스 아메리카나의 종식(end)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그동안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강조해 온 프랑스의 임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시각이 옳았고 이를 반대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틀렸다고 평가하면서, 이제는 세계가 각자도생(self-help)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며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쳐 더욱 심각한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논평하였다.
미국 내외 안보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이번 아프간 사태가 2019년 말 시리아 쿠르드족 지역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래 다시 팩스 아메리카나의 쇠퇴를 보인 사건으로 볼 수 밖에 없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제기하였다.
첫째, 테러집단이 국가 정권을 장악하는 초유의 사태이다. 그동안 미국은 탈레반 반군을 국제테러 집단으로 정의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하였으나, 이제 탈레반 반군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하여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즉 국가 전성기(Pax) 시대를 접한 국가가 국가조직이 아닌, 테러에서 국가 정권을 허용해 준 것은 미국의 힘과 능력이 그만큼 어려워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한다. 이번 미국의 아프간 전쟁은 미국의 한 전쟁 중 가장 오랜 전쟁이 였으나, 패배하였다.
둘째, 대안 없는 군사적 출구전략이었다. 미국 전사 중 가장 긴 전쟁이었으며, 대안이 없는 전쟁이라는 것에 동의하나 그래도 대안을 마련하고 과도기 정부가 운용되도록 하는 등 사전 조치들이 만들어진 다음에 군사적 철수 작전(military exit strategy)을 해야 했으나, 이번 아프간 사태는 그저 서툴고 매우 불성실한 군사적 출구전략을 모색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유럽 민족 문화 산물이자 구술 신앙인 파우스트 거래(Faustian Bargain)와 같이 마치 악마와 홀린 것 처럼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를 본 세계는 아무리 끝없는 전쟁에 진절머리가 났어도 명예롭고 위엄있는 군사적 철수전략을 구사해야 했으나,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그 결과는 아프간 국민에게 여과 없이 남겨졌다.
셋째, 미국의 배신(United States betrayal)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아무리 전(前)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이끈 아프간 정부와 정부군이 부패했어도 지난해 5월 1일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에 참가시켜야 했으며, 합의 이후 탈레반 반군이 평화협정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가차 없는 제재가 필요 했으나, 아프간 정부군만 앞세우는 행위를 하여 화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며 이를 미국의 배신이라고 비난하였다.
특히 당시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은 미군과 나토군의 지원 없이는 아프간 전구 내에서 전투를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대표적 사례로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이 탈레반 반군과의 전투는 미군의 근접항공지원(close Air Support: CAS), 정찰 및 감시(ISR)과 전장 상황인식(Battlefield Situation Awareness: BSA) 등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였다면서 갑자기 그동안 미군에 의존하였다면서 스스로 탈레반 반군과 독자적 전투를 하라고 한 것은 현실성이 없는 것이었다고 비난하였다.
이는 2008년-2011년 간 전(前) 미 중부사령관(USCETCOM)과 2011년-2012년간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US Forces-Afghanistan: USF-A)과 국제안보지원사령관(International Security Assistant Force: ISAF)과 전(前) 미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CIA) 국장을 역임한 미 육군 데이비드 피트레이어스 대장(豫)이 2015년 1월 1일부터 아프간 정부군이 미군의 지원 없이 독자적 전투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아프간 정부군의 사기와 윤리관이 저하되는 추세를 보였으나, 미군은 이를 방치하는 불성실(perfidy)을 보였다면서 아프간 정부와 정부군이 미군에 너무 의존하여 이번 아프간 사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였다.
넷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실수이다. 브라하마 체란니 박사는 지난 4월부터 미군 지휘관들이 아프간 상황을 너무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평화협정에 의해서 다루면 큰 재앙이 올 것이라고 건의한 것을 무시하고, 오직 아프간 주둔 미군의 본토 귀환에만 집중하여 대안 마련 없이 외교적 재앙을 만들었다고 비난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23일『뉴욕타임스 국제판(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등 세계 주요 매체들은 미국이 그동안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주도하여 러시아와 중국보다 신뢰를 받아 강대국의 위상을 인정받았으나, 이번 아프간 사태로 그 위상에 심한 손상을 받게 되었다면서 다음과 같은 후유증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솔직히 인정하여 세계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첫째, 아프간 전쟁은 테러와의 전쟁이었으나, 미국이 패배하고 탈레반 반군이 정권을 잡게 되어 향후 탈레반 또는 알카에다 등의 국제 테러 조직들이 고무되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특히 탈레반 반군이 아프간의 절대적 정권(absolute regime)으로 등극함으로써 이제는 더 이상 아프간 토후(emirate) 수준이 아닌, 칼리프(caliphate) 수준으로 세력 확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렵연합만이 아닌, 러시아와 중국이 모두 긴장하는 주요 원인이며, 이를 미국이 제공한 셈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둘째, 지정학적 함의가 크고 있다. 지난 8월 16일 탈레반 반군의 카불 입성 이후 아프간 사태로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의 사이공 함락 정도로 전망되었으나, 점차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단결하여 이슬람 국가 재건을 위한 지정학적 지형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그동안 서구가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응하여 강조하던 자유, 민주와 인권 등의 가치에 있어 해결책(unravel)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셋째, 이제 아프간 사태는 팩스 아메리카나 쇠퇴만이 아닌, 서구 가치와 문명의 몰락으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가 더욱 심각하며, 이는 러시아와 중국에게 반사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벌써 러시아와 중국이 아프간 탈레반 반군 정부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보이며, 힘의 공백 상태를 맞이한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그리고 중동 사이에서 중국의 아프간에 대한 기회 증진(opportunistic China)과 러시아의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 증대(Russian influence on Syrian melting dow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궁극적으로 안보 및 군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아프간 사태의 후유증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었다.
● 칼리프(Caliphate) 이슬람에서 종교적 지도자와 정치적 지도자를 뜻하며, 술탄으로도 언급된다. ● 칼리프(Caliphate)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먹었다는 뜻으로 파우스트와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를 비유하여 사용하는 표현으로 악마와의 거래를 뜻함(deal with the devil)
* 출처: Project Syndicate, August 18, 2021; The Guardian, August 19 2021; Real Clear Politics, August 19, 2021; Open the Maganize, August 20, 2021;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August 23,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