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3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지시하고 현지 지도했다”라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은 화성-17형 ICBM을 고각으로 발사해 최대 정점 고도 6,248.5㎞까지 상승했으며, 약 4,062초 간 비행한 이후에 동해 공해상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들어 11번째 14발의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다. 지난 3월 16일 북한은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로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고도 20㎞에서 폭발한 이후, 불과 8일 만에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통상 미사일 사거리를 최대정점 고도의 2∼3배로 볼 때, 이번 화성-17형 ICBM 사거리는 15,000㎞로 산정되며, 이는 미국 동부까지 포함하는 거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북한의 화성-17형 ICBM 시험발사에 대한 외신 평가는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화성-17형 ICBM 성능이다. 미 국방부와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7형 ICBM을 2020년 10월 20일 북한 노동당 창당 75주년 기념 군사열병식에서 최초 공개한 이후, 지난해 10월 12일 북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도 공개했으며, 이는 직경 23m 폭 2.3m의 세계 최대 규모의 괴물monster ICBM이다”라고 평가했다. 일부 외신은 화성-17형 ICBM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11축 22륜(바퀴 22개) 이동식 발사차량에 발사되는 체계라며, 미국·러시아·중국의 ICBM들이 점차 소형화 및 정교화 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여전히 작전 완전성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다탄두 체계일 것으로 평가하면서 대기권 재진입과 같은 어려운 기술적 문제에 있어 여전히 난관을 갖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둘째, 발사 시기이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우크라이나와 나토로부터의 강한 저항에 부딪쳐 난관에 봉착하자,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전략군에게 특별 핵무기 준비태세를 지시하는 등의 재래식 무력 동원 실패에 따른 문제를 핵무기로 상쇄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북한이 화성-17형 ICBM을 시험 발사한 것은 한반도 내 재래식 무기 경쟁에서 북한이 열세를 보인 것을 만회하고 미국과의 외교협상에서 레버리지를 갖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을 참가하고 우크라이나의 인접국인 폴란드를 방문하는 등의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보인 대외적 여건과, 지난 5년여 동안 북한과의 평화를 주제로 다뤄온 현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 3월 9일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간 정권 이양이 이뤄지는 과도기에 시험 발사를 한 것을 들면서 한국 내 차기 정부와 북한에 대해 여전히 낮은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게 모종의 정치적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로 시험 발사를 강행한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 정착 프로세스를 추진한 현 한국 정부의 대북한 정책이 실패했다며 한미동맹 강화와 힘을 통한 평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차기 정부에 대한 기선 제압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한국 국내 매체는 한·미 정보기관 공동연구 결과와 1단계 발사체 엔진 노즐 개수를 비교한 근거로 바탕으로, 이번 ICBM이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으로 사료된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3월 26일 미국의 소리는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반 밴 디펜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3월 24일 북한 ICBM의 비행 탄도궤적을 근거로 화성-17형일 가능성에 비중을 둔 기사를 보도했다. 셋째, 이번 화성-17형 ICBM 시험 발사의 함의와 대응책 강구이다. 우선 외신들은 이번 시험발사가 2018년 4월에 합의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을 3년 11개월 만에 파기하고, 다시 2017년 이전 상태로 되돌렸다면서 이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한 유화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가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 2차례의 ICBM 시험 발사와 같이 지난 5년여 동안 북한이 은밀히 축적한 ICBM 고도화를 선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외신들은 북한의 핵탄두 투사능력이 갖춰지는 것은 이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는 한국·일본·대만 등에게 핵무장의 명분을 제공하게 돼 아시아에서의 핵군비경쟁 국면이 도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3월 24일 시험 발사 이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공동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했고, 미 국무부가 북한 제2자연과학원과 러시아 기관 3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실질적인 제재 효과는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외신들은 차기 한국 정부가 현 정부와 같이 북한의 비핵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제재 완화와 비핵화 간 상호호혜의 원칙을 적용하면서 힘에 의한 평화를 견지하는 정책으로 북한의 ICBM 위협을 다룰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특히 북한이 2018년에 폐쇄한 풍계리 지하 터널을 재개하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지금까지 6차례의 지하 핵실험에 이어 추가 핵실험도 임박한 것으로 평가했다. 궁극적으로 외신들은 이번 화성-17형 ICBM 시험 발사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의 러시아의 핵전투태세 강화 언급, 한국 신정부의 정권인수 과도기,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미국의 중국 핵탄두 저장 가속화 발표 등의 미·중 전략경쟁 악화 속에서 향후 미국과 한국 신정부와 대화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무리한 핵무기 과시라는 포괄적인 평가를 했다.
* 출처 :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March 23, 2022; RCN International Outlook, March 24, 2022; Reuters, March 24, 2022; BBC, March 25, 2022: Al Jazeera, March 26, 2022: THe Diplomat, March 26, 2022; Interest Engineering, March 28, 2022; Korea JoongAng Daily, March 24 and March 28,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