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보수주의 국제정치학자 찰스 쿱찬(Charles A. Kupchan) 교수는 지난 2월 24일부터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푸틴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대안을 제시한 논단을 지난 4월 13일 『뉴욕타임스 국제판』에 기고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번 푸틴의 전쟁이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에 피해가 큰, 이상한 전쟁이다. 이번 전쟁으로 발생한 피해는 사망자가 약 4만 6천 명, 난민이 약 1,100만 명, 재산 피해가 약 5,649억 불에 이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단순 군사력 비교시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러시아가 우세하나,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대리전의 모습을 보였고, 첨단 과학기술전이 아닌, 선동전, 정보전, 심리전, 사이버전 등이 주된 역할을 하는 새로운 전쟁 양상으로 치러졌다. 지난 2월 24일 이전까지는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과 나토의 확장이 주된 전쟁 발발 원인이었으나, 점차 자유 민주주의 보호, 정권의 개방성과 투명성 향상, 경제적 탄력성 유지, 부품공급 체계 우위 여부 등이 전쟁 수행 요인이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비록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 확장만 우려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우를 범했으나, 이제는 전쟁 윤리적 문제, 국제법과 규범 준수 여부의 글로벌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푸틴의 전쟁’을 대하는 미국의 입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문제가 있었다. 첫째, 그동안 미국은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국제정치 간 균형을 이루었으나, 이번 푸틴의 전쟁에서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자신감을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만 피해를 보고 있다. 초기 러시아가 반대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국 가입 여부를 뒤로 하고 미국-러시아 간 원만한 합의에 도달했다면, 이번 푸틴의 전쟁은 방지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권위주의 정치체제면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푸틴 정권에게 협상의 여지를 뒀으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 결국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우려한 러시아의 영향권(Russia’s Sphere of Influence)은 유럽 전구 내에서 그리 결정적 요인이 되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나토가 이번 전쟁을 권위주의적인 푸틴 정권의 부당성과 연계시키자, 결국 푸틴 대통령이 침공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셋째, 이 점에서 미국과 나토는 그동안 주장해 온 나토 회원국의 개방정책(NATO’s Open Door Policy)을 재고할 시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진행되고 있는 휴전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양분 또는 중립국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결국 그냥 두면 될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개방해 문제를 확대시킨 것이다. 넷째,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정권을 불량정권이라고 정의하면서 정권 퇴진을 언급했으나, 오히려 러시아가 국제법과 규범을 따르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포함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전쟁 후유증 방지책이다. 다섯째, 미국은 건국 초기 토마스 패인(Thomas Paine)이 주장한 미국적 자유(liberty)가 세계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예외주의(exceptionalism)를 버려야 한다. 비록 미국식 민주주의는 대부분의 세계 국가가 자유 민주주의를 선호하도록 제도적 모범을 보였으며, 실질적인 성과와 효과가 나타나 우수한 제도라고 인정이 됐으나, 미국은 세계 도처에 산재된 각기 다른 정치·경제적 제도 하에 정권을 유지하는 국가들이 자유롭게 선택권을 행사하도록 해 ‘전략적 호흡(geopolitical big breath)’을 할 수 있게 여유를 줘야 한다. 과거 미국 제25대 윌리엄 매킨리(Willam McKinley)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미국-스페인 전쟁과 미국-필리핀 전쟁을 했던 미국 해외 영토 확장 전략과 외교적 간섭주의, 제국주의적 후유증이 후임 시어도어 루스벨트 주니어(Theodore Roosevelt Jr.) 대통령에게 전수돼 부작용을 일으켰던 것처럼 푸틴의 전쟁에서도 그 부작용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 이번 푸틴의 전쟁이 충분히 예방될 수 있었던 유럽 전쟁이었으나, 푸틴 대통령 스스로의 권위주의에 대한 과신과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식 자유주의 국제질서 확장에 대한 자신감에 의해 불가피하게 발생됐으며, 우크라이나를 핀란드와 같은 『중립국(Finlandization)』으로 만들기 위해 전쟁을 하는 모순은 없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푸틴의 전쟁은 유럽 전체를 군사화(militarization) 하는 양상으로 확전되고 있으며,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2류 국가로 전락해 중국에 더욱 의존하도록 방치하기보다, 미국·나토가 러시아와 협상을 재개해 외교적·문명적·경제적 해결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쿱찬 교수는 이번 푸틴의 전쟁이 완전히 잘못된 전쟁이라면서, 현재 중대한 분기점에 있는 미국은 보다 현실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Council Foreign Relation, February 24, 2022; CNBC, March 8, 2022; Foreign Policy, April 10, 2022;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April 13,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