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팬데믹, 세계부품공급체계 붕괴, 갑작스러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발발 등은 지난 30여 년간 세계 경제 발전을 이끌던 세계화가 종식을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학자와 전문가 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12일 미국 『뉴욕타임스 국제판』은 “지난 30여 년간 세계화를 지향하던 다양한 요인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 칼럼니스트의 기고문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우선 세계화 추세에 대한 논란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촉발됐다. 첫째, 그동안 세계화를 주도하던 강대국의 역할이 축소됐다. 예를 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창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세계화에 치명적 영향을 줬으며, 이어 나타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의해 각국 간 국경이 폐쇄되면서 세계화는 동력을 잃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에 이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미국이 다시 국제사회로 돌아왔다(America is back)”라고 주장했으나, 이후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를 강행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미국이 직접 움직이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적인 성향을 보였다. 오히려 나토가 미국보다 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우려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고,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강대국 간 전략적 대화와 협력이 보이지 않으며,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개인적 의지와 세계에 보내는 호소문에 의해 전쟁의 향방이 좌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둘째, 국력의 원천이 변화했다. 과거 국력을 상징하던 정권이 주체가 된 정치·군사·경제적 영향력이 점차 쇠퇴하고, 개인 성향이 주도하는 역사 인식, 문화가치, 민족주의 성향 등이 국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세계화 시대를 주도하던 결집(convergence)보다, 국가·개인 간 다름(difference)을 인정하지 않는 분산(divergence)이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셋째, 세계화의 부작용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세계화는 미국과 서방 주요 국가 주도의 보편적 민주주의와 러시아·중국 등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의 왜곡된 민주주의 간 차이를 극렬하게 보였다. 특히 러시아·중국 등의 권위주의 정권들은 세계화에 따른 차별을 극복하려던 거버넌스와 법에 의한 질서를 무시하면서 국제법과 규범을 거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세계는 다음과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 세계화가 현실이 아닌 가정으로 오인하는 실수다. 사실 그동안 세계화는 선진국에게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게도 경제적 이익을 줘 세계를 수평(flat)한 관계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세계화 혜택을 받아 군사/경제강국으로 부상한 권위주위 정권의 국가들은 자국이 미국 등 서방 주요 국가들에게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세계화 추세를 거부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화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권위주의 정권의 합법화와 권한 강화에 역이용하고 있다. 둘째, 서구화에 대한 강한 거부다. 사실 서구화는 개발도상국들을 수탈하는 것이 아닌, 세계화 추세에 부응하는 개발도상국들이 사회·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데 도움을 줬다. 이는 개발도상국이 중산층(middle power)을 형성하고 선진국의 성숙된 거버넌스의 기준과 원칙을 이루도록 한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중국 등 불량국가의 권위주의 정권들은 서구화가 세계화의 기준이 돼 자국의 가치, 문화, 문명화를 침해했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의 쇠퇴가 나타나자 서구화가 세계 발전과 번영을 주도할 기준이 아니라면서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서구화는 지난 30년간 세계화를 주도해 온 보편적이며, 균형적 가치가 무엇인가를 보여준 가장 기본적인 모델이었다. 반면, 러시아·중국에 이어 프랑스와 인도도 지난 세계화에 따른 서구화 현상을 ‘심각한 허상(Great Illusion)’이었다면서 거부하고 있다. 셋째, 세계화를 주도한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중국·인도·이란·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 정권들은 세계화를 이끈 자유, 개방, 시장경제, 투명성, 남녀평등, 인권 등의 가치를 두려워하며, 세계화 추진 중에 나타난 각종 다름(difference)과 갈등(friction)들이 이 가치들을 강요한 결과에 따른 문제라고 비난한다. 특히 이 국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부품공급 체계의 병목현상 발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문제를 역이용해 상기 가치들을 거부하며 자국 내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선동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데이비드 브룩스 칼럼니스트는 러시아와 중국의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세계화에 따른 보편적 가치들이 무시되고 있다며, 더욱이 이 국가들이 미국 등 서방 주요 국가가 지향하는 문명화와 러시아와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가 유지하던 문명화 간 충돌로 몰고 가고 있다며 지난 30여 년간 발전해온 세계화 추세가 문명화 충돌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 출처 :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April 12, 2022, p. 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