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현 콜롬비아 미국 대사인 필립 골드버그(Philip Seth Goldberg)를 차기 주한국 미국 대사로 지명했다.
이로서 지난해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1년 이상 공석이었던 주한국 미국 대사가 부임하게 됐다.
주한국 미국 대사 임명이 1년 이상 미뤄진 것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주일본 미국 대사와 주중국 미국 대사를 신속히 지명해 일본과의 안보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의 전략경쟁에서 파생된 무역갈등 등의 문제를 다뤄 온 것과 대조된다.
우선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대사 지명이 다음달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의 국내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주한국 미국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된 해리 해리스 제독이 2020년 11월에 이임한 이후 대사대리 체제로 유지돼 왔다.
인도-태평양 사령관을 지낸 해리스 제독은 주호주 미국 대사로 지명됐다가 마이클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이후 전격적으로 주한국 미국 대사로 지명됐었다. 해리스 전(前) 대사는 주재국 한국의 입장을 본국에 대변하고 조율하는 역할보다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조함으로써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협상 등 국내 문제에 의도적으로 개입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당시 이러한 해리스 전 대사의 행보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 프로세스와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던 한국 정부와의 갈등으로 오인되기도 했다.
이는 2019년 2월 12일 미국 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태평양 포럼(Pacific Forum) 연구소가 발간하는 『PacNet』 논단에서도 논란이 됐던 외교적 문제였다. 필립 골드버그 지명자는 지난 2월 11일 백악관의 지명 사실 발표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인준을 요청했다.
이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를 통과해 전체회의 표결에서 인준안에 대한 최종 결정이 되면, 최소 2~3개월 이후에 주한국 미국 대사로 부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점을 고려할 때, 한국 대선일인 3월 9일 이후에야 의회에서 인준안이 결정돼 부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3월 9일 이전 대선기간 중에는 한국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외교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3월 9일 대선결과에 따라 출범하는 한국의 차기 정부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지명 시기를 조율한 것으로 평가했다.
오바마 1기 행정부 시절 대북한 제재의 주역이었던 직업외교관 출신 필립 골드버그 지명자가 주한국 미국 대사로 지명된 것은 출범 2년차를 맞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9년부터 주콜롬비아 미국 대사로 근무 중인 필립 골드버그 대사는 2009년 6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국무부 대북한 제재 조정관을 했으며, 2009년 8월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UNSC,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대북한 제재(resolution) 1874호와 1718호 등의 대북한 제재 이행상황 점검을 담당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1월 동안 7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무려 11발의 신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해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알리면서도 대화의 테이블에는 나오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월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미국의 독자적 제재를 발표하고 기존의 유엔안보리(UNSC) 제재를 강화해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도록 하는 유화 정책에 비중을 두는 것을 암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월 11일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발표하고, 이어 개최된 제4차 쿼드 외교장관 회담 이후의 공동발표문을 통해 북한을 정식 명칭인 『조선인민공화국(DPRK: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명칭을 사용하는 등의 유화적 조치를 통해, 미사일 시험 발사로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알리는 북한을 협상대화 메커니즘에 동참하도록 독려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 북한에 대한 협상조건에 있어 이견을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필립 골드버그 대사 지명은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마크 리퍼트 전 대사와 트럼프 행정부의 해리스 전 대사 이후 7년만에 직업외교관 출신을 대사로 지명한 것으로 그동안 갈등을 보였던 한국 정부와의 대북정책 조정 등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필립 골드버그 대사의 지명에 대한 평가는 2가지 측면에서 나누어진다. 우선 오바마 1기 행정부 시절 대북 제재 이행 담당관을 지낸 경력이다.
이는 북한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 외교정책에서 비교적 낮은 우선순위로 다뤄지자, 이에 불만을 보인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 등의 유엔안보리 제재 위반을 하는 것에 대해 더욱 강력히 대응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가 담긴 대사지명이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지난 2월 15일 한𐤟미 우호협회와 한𐤟미 전우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포럼에서 전 주한미군 사령관 샤프 (예)대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너무 중국에 치중해 북한의 위협을 다소 간과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는바,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낮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평가됐다.
다음으로 필립 골드버그 대사가 대통령의 추천과 의회 동의를 받는 경력대사 직위를 갖춘 노련한 직업 외교관이라는 점이다.
이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경직된 미𐤟북 관계를 다소 유연하게 풀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필립 골드버그 대사가 미국과 민감한 관계에 있는 쿠바, 콜롬비아, 볼리비아, 필리핀에서 외교관 임무를 수행했고, 이번 주한국 미국 대사 직책에서도 탁월한 외교력을 발휘해 한미동맹 강화와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 등의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약 1년 이상 대리대사 상태로 남겨졌던 주한국 미국 대사가 지명된 것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도움이 되는 계기라고 평가하며 3월 9일 이후 결정된 새로운 정부와의 원만한 건전한 외교안보정책 협력을 기대했다.
* 출처 : The Guardian, December 15, 2021; Reuters, December 16, 2021; Reuters, February 11, 2022; White House, February 11, 2022; YONHAP News, Februry 12, 2022; Korea Times, February 12, 2022; Korea JooangAng Daily, February 14, 2022; JoongAng Daily, February 17, 2022.
* 사진/출처
필립 골드버그(Philip Seth Goldberg) 주콜롬비아 미국 대사 출처 : 주콜롬비아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