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군사작전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주권 훼손과 국제사회 우려를 무시한 행위에 대한 전 세계의 비난과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반응은 각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국가들의 불균형적 반응(uneven response)에 대해 군부 쿠데타에 의한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국내적 이유, 중국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제 무기와 장비에 의존하는 군사적 이유에 따른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일본, 상가포르, 호주, 대만 그리고 다소 늦게 한국이 미국과 유럽연합 주도의 대러시아 금융 제재에 참가를 선언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고 각종 경제적 제재를 취했다. 반면,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등은 상기 국가들과 달리 대러시아 금융제재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주권 침략 행위 비난에 있어 소극적이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첫째, 중국이다. 중국은 미·러 간 경쟁 국면으로 나타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침략과 유사한 사례로 간주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문구가 아닌 러시아의 군사적 작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제재보다는 당사국 간의 평화적 해결을 희망한다는 원칙적 반응만 보이고 있다. 둘째, 인도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시에 유엔의 러시아 비난 성명서 채택에 기권한 바 있다. 이는 인도-파키스탄 간 국경분쟁에서 러시아가 파키스탄이 인도 국경을 침공했다고 주장한 인도 입장을 지지해 준 것에 대한 반대 급부였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인도는 아직까지 비난 ‘정부 성명’을 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 루블화 결제를 허용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 미국 동맹국 및 전략적 파트너십국들이 보인 제재 동참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인도군의 대부분 주요 무기와 장비가 러시아로부터 도입됐으며, 현재 운용 중인 무기와 장비 운용을 위한 군수품의 절반이 러시아로부터 도입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미온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14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인도 방문 시, 양국은 인도군의 독자적 대공/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위해 약 54억 불의 방산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인도는 세계 2위의 러시아 무기 수입국이다. 셋째, 미얀마이다. 미얀마는 미얀마 군부가 지난해 2월 1일 민주화 운동을 거부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현재 민주적 선거 없이 미얀마 군부 최고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 장군이 총리에 올랐다. 그는 국내 언론을 탄압하고, 로힝자족에 대한 인권탄압을 하고 있어 미국, 아세안과 유럽연합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미얀마 군부정권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올바른 조치를 했다(the right thing to do)”라는 등의 친러시아 논평을 내고 있다. 이에 대부분 인도-태평양 지역 내 국가들은 미얀마 군부를 인도-태평양 지역의 ‘부랑아(pariah)’라며, 러시아 푸틴의 권위주의 정권과 부패한 연대를 보인다며 비난하고 있다. 넷째,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에 대한 해양 영유권 분쟁을 가장 심각하게 치르고 있고, 1979년 중국과의 국경에서 무력충돌을 겪은 바도 있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의 무기와 장비를 많이 구매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5일과 6일 미 『뉴욕타임스 국제판』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베트남이 도입한 해외 무기와 장비의 84%가 러시아로부터 도입됐고 이러한 베트남의 러시아 의존 추세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며, 베트남으로서는 당연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섯째,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이다. 우선 인도네시아는 점진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2021년 러시아-인도네시아 무역량은 27억 4천만 불 수준으로 2020년 대비 약 42%가 증가됐다. 다음으로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도하면서 ‘러시아’를 언급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베트남과 필리핀은 라오스와 함께 러시아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백신을 대량으로 지원받아 러시아에 대한 국내 인식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문제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미국과 중국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나, 러시아가 저가 무기와 장비를 판매해 나름대로의 위상을 구축하는 중이라면서 인도와 일부 아세안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미온적 반응을 보인 것은 미·중 전략경쟁의 틈새를 파고든 러시아의 노력이 나타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 출처 : Japan Times, March 3, 2022; The Hindu Times, March 4, 2022;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March 5∼6, 2022: The Diplomat, March 8,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