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군사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국 가입 등 정치적 목적에만 집중했지, 정작 실제 2월 24일부터 개시된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군사작전 준비에는 소홀히 하는 실수를 했다고 평가한다. 지난 2월 16일 영국 『제인스 국방주간(Jane’s Defence Weekly)』은 지난해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미국과 나토의 오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군이 지난해 11월부터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지대에 지상군을 배치한 것을 연합훈련을 위한 이동으로 평가하는 실수를 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국 가입과 나토의 동진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적 압박으로 평가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군사작전으로는 분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11월부터 러시아 지상군이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지대에 전진배치되는 움직임을 맥사(Maxar) 상용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식별했고, 지난해 12월까지 러시아군이 인접국 벨라루스와 연합군사작전을 실시했지만, 미국과 나토는 이것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압박으로만 평가했다. 이후 올해 1월∼2월에 이르러서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을 인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정사실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 동부지역 사령부(Eastern Military District) 소속 제6연합무장부대, 제10연합무장부대, 제41연합무장부대와 제1전차부대 등이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 집결했다. 이 부대들은 이례적으로 기동여단(motorised brigade), 자주포 여단(artillery brigade)과 미사일 여단 등으로 구성된 러시아 주력부대이었다. 아울러 이 부대들은 주둔지로부터 약 200㎞∼500㎞를 이동해 전진배치됐으며, 심지어 일부 여단은 본대로부터 약 4,000㎞를 이동해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 전진배치됐다. 지난해 12월 1일 서방 군사위성은 러시아 남부지역 사령부로부터 약 10,000명의 병력이 추가로 충원되는 것을 식별했으나, 미국과 나토는 이를 연합군사훈련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당시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지대에 약 40개 대대 규모의 약 100,000명의 병력이 포진됐다. 러시아군은 기만전도 병행했다. 지난 3월 7일 『알자지라(Al Jazeera)』는 러시아 엘야와 보오에치 지상군 기지에 배치된 차량들이 이동하지 않고, 마치 합동 제대 군사훈련처럼 각기 다른 지역 사령부로부터 지상 병력이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지대로 이동해 미국과 나토의 오판을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25일에는 서부지역 사령부의 약 10,000명의 병력이 투입되는 것을 군사위성이 포착했음에도,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국 가입과 관련된 미국·나토와의 외교적 협상을 위한 군사적 압박 정도로 오판했다. 이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자치구의 친러시아 민병대들의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지 않으며, 과거 2014년 크림반도에서의 ‘리틀그린맨(Little Green Man)’과 같은 러시아 군도, 민간인도 아닌 명찰과 계급장이 없는 민병대를 투입한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이 식별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다른 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의 전략적 오판과 군사적 실수를 지적했다. 지난 2월 21일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자치구가 각각 인민 공화국 독립을 선언하자, 푸틴 대통령은 이 2개 공화국과 우크라이나와의 내전을 저지하기 위한 평화유지 명목으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을 명령했으며, 이어 2월 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Kyiv)로의 특수군사작전을 지시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현실화했다. 지난 2월 16일 영국 『제인스 국방주간』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을 예상하지 못하고 오직 전격전에만 대비하는 군사적 실수를 했다고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우선 러시아 국가 동원령을 발동하거나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는 실제 미국과 나토로 하여금 러시아 군사적 전진배치를 훈련과 외교적 협상에 대한 군사적 압박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실수를 유발하도록 했다. 다음으로 후방에서 탄약과 연료 등의 군수지원 조치와 부상 장병을 치료하기 위한 군의무부대의 동반 배치가 전혀 없었다. 이는 헌혈, 민방위 병력 소집, 열차 스케줄 재조정, 예비역 동원 등의 조치들이 러시아 내에서 전혀 식별되지 않아 미국과 나토의 오판을 이끌어냈으나, 실제 전격전에서는 군수지원의 문제로 나타났다. 지난 3월 8일 『유럽 외교관계 연구소(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는 “이러한 푸틴 대통령의 군사적 실수가 발생한 이유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사태가 발생해도 미국이 직접적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고, 나토 역시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을 두고, 미국과 나토가 새로운 미·러 간 강대국 전쟁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오판했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러시아 국민들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을 할 것이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해, 실전에 참가한 장병들이 왜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독일 간 구축한 노드스트림-2 가스관 공사가 거의 완공 단계임을 감안할 때 독일이 미국 편을 들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는 점도 또 다른 전략적 실수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러시아 군사 지휘관들이 우왕좌왕하면서 크렘린으로부터의 군수지원과 작전 지침을 기다리고 있으나, 대대 단위 위주의 러시아 지상군 개편으로 지휘통제 체계마저 혼선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궁극적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 대통령이 2008년 조지아 침공, 2014년 크림반도 병합, 2015년 시리아 내전 개입 등과 같이 단기전으로 쉽게 결판을 지을 것이라고 판단한 전략적 오판과 군사적 실수로 인한 러시아 군사력의 취약점만 노출시킨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했다.
* 출처 : Jane’s Defence Weekly, February 16, 2022, pp. 24-29; Al Jazeera, March 7, 2022; 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March 8,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