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리차드 닉슨 전(前) 대통령의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구소련과 이념 갈등에 있던 중국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 2월 21일 미국 『뉴욕타임스 국제판(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은 1972년 2월 21일 닉슨 대통령의 중국 베이징 역사적 방문 기념 50주년을 맞이해, 당시 미𐤟중 관계 개선과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나타난 중𐤟러 밀월관계를 비교한 논단을 보도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 간 밀월관계는 러시아가 미국과 나토에 대해 군사적인 위협을 가하는 상황과 중국이 미국의 강대국 지위에 도전하는 상황이 교합적으로 만난 정략결혼의 관계다. 이는 1970년대 미·중 관계 개선 당시 정치·군사·경제적으로 힘이 약하던 중국이 미국과 관계를 증진함으로써 구소련을 견제하고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구도에 합류해 경제적이며 군사적 부상을 이뤘던 상황과는 다르다.
이처럼 중국은 미국의 도움으로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혜택을 받았으나, 오히려 권위주의 정권을 강화하면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 회교도에 대한 인권탄압과 군사력 현대화를 추진해 주변국을 위협하고, 미국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미국에 대한 도전은 2012년 중국 당, 정, 군권을 장악한 시진핑 주석 이후 더욱 표면적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시진핑 주석의 대미 강성 발언과 슬로건에서 찾을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중국 의존도이다.
우선 지난 20여 년간 미국과 서방 주요 국가들은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 대량의 저가 상품에 익숙해졌다. 심지어 기술개발 연구진조차 중국 전문인력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미국의 중국 의존 현상은 심화되고 있었다.
특히 미국이 지난 20년간 테러와의 전쟁과 아프간에서의 반군퇴치작전에 집중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중국은 이 틈새를 파고들어 이득을 챙겼다.
그런데도 미국 정책입안자들은 마치 중국이 미국식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으로 속고 있었다.
또한, 2017년 취임한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책 없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또는 ‘고립주의(Isolation)’를 지향하는 바람에,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과 전략적 파트너십국, 취약한 주변국들에 매우 거친 외교적 압박을 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이득을 취했다.
아울러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증명되듯이 미국과 유럽연합이 힘을 합치고 단결하면, 중국의 2배에 가까운 경제력과 러시아보다 군사적 우세를 보이는 안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중·러 밀월관계는 양국 간 군사적 및 경제적 측면에서 우위를 가리는 문제가 아닌 중국 주도의 새로운 국제질서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러 밀월관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는 민족주의 성향을 띈다. 특히 경제·군사적 힘을 갖춘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역사적 권리를 주장하는 등 과거 중화민족의 부흥을 지향하는 애국주의 성향을 보이며,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과감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과 러시아 모두는 권위주의 정권을 갖고 있다. 양국은 자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새로운 양대 권위주의 축(new axis of autocracy)』을 구축하고 있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시진핑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 견제를 위한 안보협력을 구애하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미국과 서방의 정치가, 외교관, 정책입안자, 전문가들이 중·러 밀월관계를 일종의 전략적 애매모호한 관계라고 오인하도록 만들었다. 현재 중𐤟러 밀월관계가 다소 부자연스럽더라도 미국 견제를 위한 공감대를 갖고 있어 잠재력이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동맹국들의 ‘이탈’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세계에는 2가지 민주주의가 있으며, 서방 민주주의가 만능은 아니다”라는 논리를 전개하면서 중남미, 동아시아,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에게 중국식 민주주의도 장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미국의 힘의 공백이 생긴 중동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과거 단순 석유 수입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제공, 중동 국가의 국가기반사업 구축 투자와 기술 협력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뉴욕타임스 2월 8일 보도)
반면, 그동안 미국 외교안보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서의 위험을 낮추는 것에만 집중하는 실수를 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미국에 대한 도전과 중국 주도의 중𐤟러 밀월관계 구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궁극적으로 『뉴욕타임스』는 향후 중𐤟러 밀월관계가 어떻게 발전하든, 미국은 중𐤟러 양국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특히 지구 기후변화, 코로나바이러스와 핵무기 확산 등의 안보위협에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세계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February 8, 2022;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This is the Russian-China Friendship that Nixon Feared,” February 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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