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난과 위기에 빠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엔은 일부 국가들이 기권한 가운데 압도적 지지로 비난 성명을 발표했으며, 미국 및 유럽연합 등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은 러시아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도록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국제정치학자들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의 현상유지를 타파하는 변혁기라고 정의했으며, 1962년 미국 카리브해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 이후 가장 심각한 세계안보 위협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무려 11개 시간대의 광활한 영토와 세계 수위(首位)급 에너지, 심지어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가 무엇이 두려워 취약한 주변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지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지난 3월 3일 미국 『뉴욕타임스 국제판』은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 박사의 의견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3가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종료 시나리오를 보도했다. 첫째, 재앙의 지속이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비난과 경제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지속해 종국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로 합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며, 우크라이나는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소셜망(SNS) 동영상과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따른 과신을 우려하면서 크렘린궁에서 아무도 푸틴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없는 여건을 고려할 때,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로 간주되고 있으며, 실제 가능성이 가장 높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이미 서구적 사고를 갖게 된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괴뢰 정권을 수립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님을 잘 알고 있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자비한 군사작전 이외 대안이 없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이 9𐤟11테러 이후 아프간에서의 끝없는 전쟁에 휘말린 것과 같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에서의 『제2아프간 사태』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전후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던 유럽연합의 판도를 바꾸는 재앙으로 나타날 것이며,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을 항구적으로 주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둘째, 러시아가 군사력으로 우크라이나를 몰아붙여 양국 간 불균형적 타협안에 합의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푸틴 대통령이 선호하던 전격전(Blitzkrieg)이 실패하도록 전 국민적 저항을 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 등 유럽연합이 지원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시간이 갈수록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국내 여론이 푸틴 대통령에게 불리한 국면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러시아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협상을 제안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회유해 러시아에 유리한 불평등한 타협(dirty compromise)에 합의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양국 간 정전(cease-fire) 또는 러시아군이 일정 후방지역으로 철수하는 등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회유책이 예상되며,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신청을 취소하고 러시아와 정치𐤟경제적 관계 증진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많은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시적 종전 등의 회유책에 동의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안보 전문가들은 종전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연합과의 전략적 협력 아래 최대한의 주권 보장과 영토 보존을 원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장기전에 취약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러시아의 약점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유럽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화는 실패했다고 강조한다. 셋째, 러시아 국내에서 반푸틴 운동이 나타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실수를 인정하고 완전히 철수하는 시나리오이다. 많은 러시아 국민들은 이번 푸틴의 결정이 비정상적 전쟁(insane war)이었다고 평가한 것을 근거로 한다. 특히 러시아 내 산업체와 민간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연합만이 아닌, 국제사회로부터의 금융제재와 에너지 수입 차단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되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 『푸틴 세금(Putin Tax)』으로 알려진 세금이 부과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가정이다. 이미 러시아 중앙은행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에 따라 루블화 진정과 주가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 개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장기 집권을 노리는 푸틴은 자신만이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략적 오판에 빠져 있다. 과연 러시아 고위 정책입안자 중에 누가 푸틴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궁극적으로 『뉴욕타임스』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당사국만이 아닌, 세계에 전후 변혁기적 딜레마를 제공하는 빌미를 줬다고 평가했다.
* 출처 :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March 3, 2022, p. 1 +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