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팬데믹과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유럽에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곡물 가격을 상승시키며 세계 식량안보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생산량이 급속히 감소해 세계 전역에서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향후 도래할 식량 안보의 주요 문제를 분석하고, 대응방안 강구를 강조했다. 지난 5월 2일 미국 『뉴욕타임스 국제판』은 이를 특집으로 다룬 기사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우선 세계 곡물시장을 주도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인해 곡물 공급이 줄면서 현물시장에서의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 4월 21일 영국 『BBC』는 공급 감소로 가격이 상승한 주요 곡물은 쌀, 밀, 해바라기 식용유, 팜오일, 소고기, 양고기, 비료 등이고, 이러한 상황을 접한 일부 식량 수출국들은 자국 내 식량 수출을 규제하는 보호주의(protectionism)를 취하고 있다며, 가격도 밀이 30%, 해바라기 식용유가 23% 상승하는 등 전체적인 곡물의 3월 가격은 2월 대비 12.6%가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다음으로 COVID-19 팬데믹 이후 세계화를 주도하던 시장경제 개념과 자국 보호주의 개념이 상호 충돌하고 있으며, 보호주의를 채택한 국가들은 일방적으로 곡물 수출을 규제함으로써 시장경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세계의 곡물 수출 규제 47개 중 무려 43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채택됐다. 전쟁 이전에는 곡물 공급망 통제 양상으로 나타났으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곡물 수출국 대부분이 자국 우선주의 규제를 더 강하게 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 5월 3일 『로이터(Reuters)』는 캐나다 왕립은행(Royal Bank of Canada)의 통계를 근거로 곡물공급 감소와 함께 주로 이송하는 해운물류 체계가 과거와 달리 탄력을 잃어 운송이 늦어지고, 부두 정체와 주요 운하 통항비 인상으로 인한 운송비 상승이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는 지체기간이 최대 4.5일 정도였으나 COVID-19 펜데믹 이후 평균 7.26일로 증가했다. 또한, 운송비도 지난 5년보다 약 21%가 상승했으며, 2021년 4월 수에즈 운하 사고 이후 이집트가 통관비를 6.3% 상승시켰다. 또한, 세계에 확산된 이번 곡물 가격 상승이 미국 등 서방국가의 부품공급 체계를 장악하려는 무리한 조치에서 비롯됐다. 식량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과 서방 주요 국가들이 중국의 정치·외교·군사적 팽창을 저지하고자 중국 제품의 핵심부품인 반도체 공급망을 규제하기 위해 공산품 공급을 자유 시장경제 흐름이 아닌, 지정학적 가치와 목표를 둔 통제체계로 구축함으로써 그 여파가 곡물 공급체계에도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이들이 공급하던 밀, 해바라기씨, 옥수수, 비료 등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함으로써 곡물의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일부 곡물 생산국들이 자국 곡물을 통제하는 정책을 채택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곡물 수요와 공급 간 탄력이 붕괴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곡물 수출을 통제하던 국가들은 적당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른 시장경제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호주의를 시행하는 탄력성을 보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향방이 불투명한 상황에 따라 일부 곡물 수출을 무한정 규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유지되던 경제 상호의존성이 점차 무력화돼 곡물을 공급하던 국가와 식량 부족을 접한 개도국 간 협업이 사라지고 오직 곡물 독점에 의존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 스페인, 그리스와 함께 시리아, 레바논, 알제리, 이집트 등의 국가에서 곡물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이었다. 식량 부족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일부 북아프리카 국가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러한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곡물 공급은 약 40%가 선진국의 식량 원조로 이루어지고 있다. 만일 선진국들이 식량 부족으로 이를 공급하지 못하면 북아프리카 국가의 식량안보 위기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이들이 국제테러 조직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또한, 14억 인구로 이미 식량 위기를 맞이한 중국도 무차별적 식량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곡물 배분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식량 안보 전문가들은 세계 곡물의 균등한 배분이 시장경제 이론에 따르는 것이 아닌, 자국 이기주의에 따라 불평등하고 불균형하게 나타나 국가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곡물 가격 상승이 공산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그동안 중국의 저가 공산품 생산에 의존하던 선진국이 곡물 사재기 경향을 보이는 경우 세계 곡물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과거에는 식량 위기가 오면 유엔과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주도해 비축량을 방출함으로써 배분의 불평등과 불균형을 저지했으나, 이제는 선진국과 개도국 할 것 없이 세계 각국들이 곡물에 대한 보호주의를 취하고 있어 식량안보 위기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출처 : World Economic Forum, April 19, 2022; BBC, April 22, 2022;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May 2, 2022; RCN International Outlook, May 3, 2022; Reuters, May 3,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