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점차 장기전으로 진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수시로 미국과 나토를 비롯한 서방국가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을 지속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위협하고 있다. 최근 미국·나토 등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확대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와 동부 돈바스 지역 중간의 마리우폴 지역을 사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동부 돈바스 지역 공략에 추가해 남동부 마리우풀 지역에 전술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Tu-95와 Tu-160 전략핵폭격기 수십대를 투입해 대대적 전략 공습으로 우크라이나군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2020년 6월 2일 공개한 16쪽 분량의 『러시아 연방정부의 핵억제를 위한 핵정책 기본 원칙(Basic Principles of State Policy of the Russian Federation on Nuclear Deterrence)』(이하, ‘러시아 핵억제 기본원칙’)에 대한 의미와 전략적 함의를 분석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러시아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러시아는 2014년 12월에 『러시아 연방정부의 군사 독트린(The Military Doctrine of the Russian Federation)』을 발표했고, 이어 2015년에 『러시아 연방정부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Russian Federation)』을 공개했으며, 2017년에 러시아 연방 해군전략(Naval Doctrine of Russian Federation)에 핵무기 미보유국에 대해서도 러시아 해군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선언했고, 이후 2020년 6월 2일에 상기 전략서를 종합해 『러시아 핵억제 기본원칙』을 발표했다. 2020년 6월 2일 『러시아 핵억제 기본원칙』은 총 3부 25개 조항으로 구성됐으며, 기본적으로 러시아는 방어적 억제를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며, 보장된 억제(guaranteed deterrence)를 지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군사 전문가들은 2020년의 『러시아 핵억제 기본원칙』 발표는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8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핵태세 검토 보고서(NPR: United States Nuclear Posture Review)』를 발표하면서 저강도 전술 핵무기를 F-35 스텔스기에 탑재하는 등의 비교적 공세적 핵정책을 구사했다. 이어 2019년 8월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력 협정(INF Treaty: Intermediate Nuclear Force)』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기존의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에서 『보복적 억제(deterrence by punishment)』로 정책이 변화했다. 제1부 일반원칙(General Provision)의 제4조는 군사행동의 악화(escalation of military actions)를 예방(prevention)하기 위해 방어적 억제 개념을 적용하고, 제6조에서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보편적으로 인정된 국제법에 의한 규범과 원칙을 따른다고 명기했다. 제2부 핵억제 원칙(Essence of Nuclear Deterrence)의 제12조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핵위협의 6가지 사례를 명기하면서, 여기에는 러시아와 인접된 잠재적 적국들의 단‧중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과 정밀타격용 극초음속 미사일, 무인기 및 고에너지 무기 사용을 포함시켰다. 특히 제12조는 미국 등 핵무기 보유국이 아닌, “핵무기 미보유국이 핵무기 보유국으로부터 핵무기를 들여오는 행위도 러시아 핵무기 사용 기본 원칙에 포함된다”라고 선언했다. 또한, 제15조는 러시아의 핵억제 기본원칙을 7가지로 나열하면서, 제16조는 이를 위해 지상, 해양과 공중에서의 핵억제 3축(nuclear Triad)을 구축한다고 명기했다. 아울러 제3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use) 조건(condition)의 제19조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조건을 ① 적국의 핵무기 발사에 임박한 징후와 자료 식별, ② 러시아와 동맹국에 대한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 사용 징후 포착, ③ 러시아 핵무기 지휘 및 통제 시설에 대한 공격 임박, ④ 적국의 재래식 무기가 러시아의 현행(existence)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례로 들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수차례 위협하는 기본적 이유를 『러시아 핵억제 기본원칙』 내용 중 언급된 ① 군사행동의 악화(escalation of military actions), ② 단‧중거리 탄도/순항미사일 및 정밀타격용 극초음속 미사일, 무인기 사용과 ③ 현행 러시아 연방정부 위협 등을 들면서, 만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패배할 조짐이 보이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퇴진과 푸틴 정권을 불량정권으로 언급하는 등 대러시아 강경입장을 고수하면서 현재 러시아 연방정부를 자극하고 있으며, 지난 4월 13일 우크라이나군이 넵튠 지대함 미사일을 사용해 흑해에 전개된 살바급 모스크바 순양함을 격침하는 등 정치·군사적 국면이 불리하게 전개되는 상황도 푸틴 대통령의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와중에 러시아군이 Tu-95와 Tu-160이 동원돼 마리우폴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이 나타나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사용에 대한 우려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 출처 : Basic Principles of State Policy of the Russian Federation on Nuclear Deterrence, June 2, 2020; The Diplomat, June 9, 2020; War on the Rocks, June 19, 2020; USNI Proceedings, October 2020; The Guardian, March 26, 2022; RFERL, April 2,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