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형성된 미국·호주·일본·인도의 쿼드(QUAD: The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가 그동안의 안보 상황 변화로 『과도기(Crossroad)』에 직면해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5월 24일에 예정된 정상회담을 통해 쿼드가 새로운 세계 또는 지역안보 질서 구축을 위한 비전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미 시카고 『Project Syndicate』에 “쿼드의 과도기(The Quad at a crossroad)”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인도 브라흐마 체라니 박사는 “5월 24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될 쿼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기존의 자유와 개방을 기조로 한 대중국견제 목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따른 후유증과 각종 신안보 현안을 다루는 새로운 기조를 세워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팬데믹 종식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의 새로운 지역 질서 구축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006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제안한 자유와 개방의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을 기조로 미국·호주·일본·인도 간 쿼드가 선포됐다. 2007년 호주가 국내 정치적 이유로 탈퇴하기도 했으나, 중국의 위협이 현실화되자 2010년에 다시 회원국으로 복귀했다. 2017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필리핀에서의 아세안 정상회담(ASEAN Summit)을 계기로 쿼드를 ‘중국의 정치·경제·군사 팽창에 대응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 4개국 인보협력체’라고 선언했다. 2021년 3월 화상 쿼드 정상회담에서는 기존 자유와 개방 기조에 추가해,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의 국제법 준수와 법에 의한 질서 구축, COVID-19 공동 대응, 향후 QUAD Plus 체계로 발전 등의 비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제는 쿼드가 안보만이 아닌, 경제적 상호보완체제를 포함해야 한다. 미·중 간 1단계(phase 1) 무역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COVID-19 팬데믹에 따른 중국 경제활동의 최대 기여자는 쿼드 회원국들이다. 2021년 기준 미국은 대중국 무역적자는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한 3,966억 달러로, 이는 중국 전체 대외무역 흑자의 58%에 달한다. 인도도 2021년 기준 약 770억 불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봤다. 이는 미국과 인도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심화됐다는 것을 암시한다. 호주와 일본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호주 전체 무역량의 1/3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의 최대 수출국이다. 이는 중국이 『지역 포괄적 경제파트너십(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을 구축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RCEP에는 대부분 인도-태평양 내 주요 국가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2021년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를 제창하며 지역 내 주요 국가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주도의 RCEP과 달리 너무 높은 기준과 원칙을 적용해 참가국들이 부담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쿼드 회원국인 미국·호주·일본·인도가 중국에 대한 안보 및 경제 입장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쿼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를 어떻게 합의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특히 5월 24일 정상회담은 미국 주도의 핵심 부품공급체계 구축을 위해 중국 주도의 RCEP와 미국 주도의 IPEF 간 어떻게 상호연계성을 유지해 핵심 부품 공급의 병목현상과 세계화 회복을 위한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복원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후유증 극복이다. 지난 2월 24일부터 발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에 미국이 쿼드와 같은 지역 공동 협력체를 어떻게 유럽 안보와 연계시키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일부 안보 전문가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외교·군사 정책의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현안이라고 언급한다. 특히 미국이 유럽에서의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를 위해 대러시아 제재와 나토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조화로운 정책 추진이 모든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관심사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는 국가들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30일-5월 1일 간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베트남을 방문했고, 5월 12일∼13일 미국-아세안 간 특별 정상회담과 5월 24일 쿼드 대면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쿼드가 기존 자유와 개방 원칙에 의해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 협력체가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의 사후 수습, 지구 기후변화 대응, 양성 평등과 인권 보호 강화, 공공보건 능력 확대 등 포괄적인 안보 협력체로 발전해야 한다. 특히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정치·경제·외교·군사 정책에 있어 과거 유럽 중심적 대전략이 아닌, 아시아로 회귀하는 대전략을 채택한 3번째 대통령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유럽과 중국의 팽창 위협에 직면한 인도-태평양 중 어느 한 곳에 치중하는(pivot) 대전략이 아닌, 균형적인 대전략을 취해야 한다. 또한, 현재 미국이 러시아·중국 모두를 경쟁국으로 지목하기보다, 러시아·중국이 협력해 미국에 공동 대응하지 않도록 전략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 점에서 쿼드는 과도기에 직면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체라니 박사는 “5월 24일 쿼드 정상회담은 COVID-19 여파로 정치적 혼란과 경제 침체를 맞이한 중국과 우크라이나를 대책 없이 침공해 미국 등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에 힘들어 하는 러시아를 어떻게 다뤄 조화를 이뤄야 할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며, “이제는 회원국만이 아닌, 역내 주요 국가들과도 협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출처 : Project Syndicate, April 26, 2022; The Print, April 29, 2022; Hindustan Times, April 29, 2022; Japan Times, April 30, 2022; Republic World, April 30, 2022.
